미국 의회,IMF자금 對韓 규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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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미 의회가 1백80억달러의 국제통화기금 (IMF) 추가출자건을 놓고 한국에 대한 IMF 자금지원을 제약할 수도 있는 조건을 법제화하려고 해 문제가 되고 있다.

주미 (駐美) 한국대사관과 재정경제부는 최근 미 의회가 1백80억달러의 추가출자를 승인하는 대신, 특히 한국 등 자금 수혜국이 IMF 자금을 기업 지원에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 재무장관이 문서 등으로 확인하지 않는 한 자금지원을 못하도록 하는 조건을 붙이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 긴급히 대응에 나섰다.

이홍구 (李洪九) 주미대사와 이규성 (李揆成) 재경부 장관도 미 의회 주요 인사와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 앞으로 서한을 보내 의회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참석 뒤 뉴욕에서 투자설명회를 마치고 9일 (현지시간) 귀국길에 오른 李장관은 루빈 재무장관 앞으로 "한국을 특별감시대상 (special monitoring country) 으로 거명해 자금용도를 확인한다는 것이 법제화되면 한국의 대외신뢰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李장관은 이와 함께 루빈 재무장관과 전화통화도 시도했으나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통화하지 못했다.

이에 앞서 李대사도 상.하원 세출위원장 등 의회 주요 인사와 재무.국무장관 등 앞으로 서한을 보냈으며, 몇몇 인사는 직접 만나 한국 정부의 개혁 추진 방향.상황 등을 다시 한번 설명하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한편 미 의회는 IMF 추가출자에 대한 조건으로 ▶IMF 자금 집행방법 개선▶IMF 의사결정 과정 공개▶자금 수혜국의 개혁 등을 재무부에 요구하고 있으나 루빈 재무장관은 현실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특히 아이다호주에 본사가 있는 반도체 메이커 마이크론사 등이 이른바 빅딜 등에 의한 한국 반도체 업계의 재편 (再編) 가능성을 의식, 의회를 상대로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야 한다는 로비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 "루빈 재무장관이 의회 동향을 의식, 李장관 앞으로 '빅딜 등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 지원이 있으면 안된다' 는 입장을 전달하는 서한을 보낼 가능성도 있다" 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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