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공동선언 각국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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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해외 주요 언론들은 한.일 공동선언 내용을 비중있게 다루면서 일본의 과거사 사죄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 중국 = 인민일보와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지 등은 9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방일 기사를 국제면 주요 기사로 보도하면서 모두 '일본의 사과' 를 제목으로 뽑았다.

언론들은 특히 일본의 과거사 사과가 외교문서에 명문화된 것은 개별 국가로선 한국이 처음이라는 점을 강조, 중국이 이제까지 뚜렷이 사과를 받지 못한 점을 부각시켰다.

중국 외교부의 주방자오 (朱邦造) 대변인도 8일 "일본이 침략전쟁 기간중 수많은 전쟁범죄를 저지른 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일본이 (중국에도) 성의를 갖고 반성하며 사과하기를 바란다" 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내 실현될 예정인 장쩌민 (江澤民) 주석의 일본방문 때는 과거사 사과 문제가 대만문제 못지 않게 중.일간의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 독일 =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는 8일 金대통령의 방한에 대해 "일본의 과거사 극복을 돕겠다는 뜻을 보여주고 동시에 (과거의 잘못에 대한) 일본의 분명한 고백을 요구하기 위한 것" 이라고 논평했다.

이 신문은 "金대통령은 전임자들과 달리 일본과 라이벌관계이면서도 한국민의 고통을 국내정치에 이용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과거에도 수차례나 식민지 침략에 대해 사과를 표시했으나 침략대상을 적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허했다" 고 이번 선언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 미국 = 뉴욕타임스지는 8일 "金대통령은 궁성만찬에서 일본의 한국지배를 '불행했던 과거' 로 묘사했던 과거 한국지도자들과는 달리 '미래 지향적인 파트너십' 을 제창했다" 면서 金대통령이 양국간의 긴장관계 종식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 일본 = 아사히 (朝日) 신문은 9일자 사설에서 "두 나라가 '행동계획' 에 따라 교류를 넓히는 것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의 상처를 극복해 나가기 위한 진정한 길" 이라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 (日本經濟) 신문은 "파트너십이 조금씩 쌓여가면 현안인 천황 방한도 무리없이 실현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95년 과거사와 관련한 총리담화를 냈던 무라야마 도미이치 (村山富市) 전 총리는 "이번의 역사인식은 공동선언으로 정리된 만큼 담화문과는 무게가 다르다" 고 의미를 부여했다.

뉴욕.베이징.도쿄 = 김동균.유상철.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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