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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관료 제외’ 인사실험 언제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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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인실 통계청장, 백용호 국세청장, 현병철 인권위원장(앞줄 오른쪽부터)이 지난달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대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집권 중반기를 향해 가는 이명박(MB) 정부의 ‘민간 중용·관료 출신 배제’ 인사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사례로는 이화여대 교수 출신인 백용호 전 공정거래위원장의 국세청장 기용을 비롯해 정호열(성균관대 법대 교수) 공정거래위원장, 이인실(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통계청장, 이참(방송인) 한국관광공사 사장 임명 등이 있다.

이 대통령의 오랜 정책 참모였던 백 청장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정 위원장 등 나머지 세 사람은 관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 인사로 받아들여졌다. 공통점은 모두 관료 출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세청장과 공정거래위원장 인사에서는 조직에 정통한 관료 출신의 2인자(국세청 차장, 공정위 부위원장)가 있는데도 외부 인사를 수혈했다. 통계청장 인선은 기획재정부 1급이 차관으로 승진하던 관행을 깨고 조직과 아무런 인연이 없는 여성 경제학자를 앉혔다. 관광공사 사장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출신 사장이 물러난 자리에 아예 독일 태생의 귀화 한국인을 낙점했다. 내부 승진이나 적어도 관계 부처 관료 출신 인물을 예상했던 관가는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관료사회나 공기업 혁신을 위해 개혁성 강한 외부 인사를 조직의 장(長)으로 앉히는 시도는 역대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파격 인사를 통해 공공부문의 무사안일을 뒤집어 놓는 것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인기 정책이었다. 다만 집권 초의 분명했던 목표의식은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무뎌졌다. 대통령은 ‘관료 출신’들로 포위됐고, 공기업 사장엔 다시 관료 출신들이 복귀하곤 했다.

이 대통령의 경우 집권 초 어떤 역대 대통령보다 관료사회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참모들에게 여러 차례 관료들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 왔다. 이 때문일까. 현 정부에선 집권 중반기로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민간 중용 원칙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현재 막바지에 와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인선도 그런 경우다. 이지송 전 현대건설 사장, 노태욱 LIG건설 부회장, 박종남 전 GS건설 부사장 3명으로 압축된 상태다. 유력한 후보였던 이종상 토공 사장은 자진 사퇴했고, 최재덕 주공 사장은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장과 최 사장은 관료 출신인 반면 막판까지 남은 3명의 후보는 모두 민간기업 출신이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관료 출신 배제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가 퍼져 있다.

관료사회는 민간 중용 원칙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부 혁신의 지휘봉을 잇따라 외부 인사들이 잡는 상황에 답답함과 좌절감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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