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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300명 손자국 연구 … 쥐기 편한 생수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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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웅진식품은 2007년 주스음료 ‘자연은’의 용기를 바꿨다. 사각 페트병에서 윗부분이 원형인 형태로 달라졌다. 새 용기는 한양대 윤종영(산업디자인학) 교수와 함께 개발했다.

여러 층으로 쌓아 운반·보관하는 페트병은 이를 견딜 강도가 필수적이다. 살균을 위해 주스를 고온 상태로 병에 넣기 때문에 내열성도 있어야 한다. 새 용기에는 나뭇잎 문양을 양각했다. 홈이 있는데도 하중을 견디고 뜨거운 내용물로 수축되지 않도록 하는 계산이 반영됐다. 쥐는 느낌을 좋게 하려고 허리 부분은 쏙 들어가게 했다. 윤 교수는 “얇은 허리 부분을 몇㎜만 늘리려 해도 용기 전체의 무게중심이 달라지기 때문에 무척 힘든 작업”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제품을 내놓는 업체들이 많고 소비자 취향도 점점 까다로워진다. 그래서 내용물을 담는 용기를 더 편리하고 눈에 잘 띄게 만들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여성 상대 실험하고=해양 심층수로 만든 먹는 물 ‘슈어’를 생산하는 파나블루는 3개월간 20~30대 여성 300명에게 물병을 쥐어보게 했다. 병에 남은 손자국을 토대로 페트병에 굴곡을 넣었다. 정문이 매니저는 “요즘 여성들은 물을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디자인과 쥐는 느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워홈은 올 초 튜브형 다진 마늘(사진左)을 선보였다. 숟가락으로 떠 쓰는 용기에선 다른 양념과 섞이곤 했다. ‘마늘도 케첩처럼 짜서 쓰면 좋겠다’ 싶어 주부를 상대로 조사했다. 그런 제품이 나오면 사겠다는 반응이 대다수. 개발은 쉽지 않았다. 마늘이 구멍을 막아 즙만 새어나왔다. 그래서 수분과 고형분을 하나로 만드는 연구에 나섰다. 결국 다당류를 섞으면 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회사 측은 ‘튜브형 다진 양념 조성물 및 그 제조방법’을 특허 출원했다. 롯데칠성은 3월 어린이용 생수를 출시하면서 입구가 좁아 조금씩 마실 수 있는 ‘스마트 캡’을 달았다. 어린이가 활동량이 많은 점을 감안해 제품이 쓰러져도 물이 잘 흐르지 않도록 설계했다.

◆고객에 재미까지=풀무원은 콩나물에 ‘숨쉬는 포장재’를 쓴다. 90% 이상이 수분인 콩나물은 짓무르기 일쑤. 표면에 눈에 보이지 않는 구멍이 뚫려 있어 산소 농도를 유지하고 수분을 보호한다. 삼립식품은 용기 내부의 공기를 없앤 뒤 산소·이산화탄소·질소를 섞은 가스를 채우는 포장법을 호떡제품에 도입했다. 유통기한이 10일가량 연장됐다.

특이한 용기는 고객을 부른다. 롯데제과의 ‘설레임’은 일종의 ‘성인용 쭈쭈바’다. 어른들이 빨아먹는 튜브형을 꺼리자 주머니 형태로 만들었다. 입구에 돌림마개를 달아 여러 차례 마실 수 있게 했다. 소비층이 확대된 이 제품의 연매출은 약 650억원. 빙그레의 커피음료 ‘아카페라(사진右)’는 용기를 감싼 라벨에 무광 소재를 썼다. 일반 필기구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채팅과 문자 전송에 익숙한 젊은 층이 음료로 간단한 메시지를 주고받게 한 것이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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