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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의 세상 탐사] MB의 한반도 책략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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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호 02면

미국과 중국의 G2 시대가 열렸다. 두 나라가 세계의 신 질서를 짠다. 한반도 운명도 결판 낸다. 지난주 워싱턴에서 미·중의 첫 번째 전략·경제대화(SAED)는 그런 위세를 과시했다.

한반도는 요동치고 있다. 김정일 정권의 핵 무장 기세 때문이다. 동북아 판도는 한 세기 전 구한말(舊韓末)과 비슷해졌다. 역사는 반복한다. 그 무대의 주연만 G2로 바뀌었다. 두 나라 간 한반도의 주도권 확보 경쟁은 치열하다. 중국은 북한 핵문제에 독보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한반도에서 충돌했다. 1950년 10월 말 중국은 한국전에 뛰어들었다. 그때부터 휴전(53년 7월 27일)까지 전쟁의 주역은 두 나라였다. 남북한은 조연이었다. 북한군은 6·25 남침 실패로 쇠잔했다. 한국군은 대체로 미숙했다. 중공군은 마오쩌둥(毛澤東)의 천재적 전술로 무장했다. 그 게릴라식 기습과 매복, 심리전, 인해전술에 미군은 무너졌다. 서울은 다시 공산치하(51년 1·4후퇴)가 됐다. 미군은 한반도 철수를 검토했다.

그 위기의 전세는 미군 사령관 매튜 리지웨이에 의해 역전된다. 그것이 경기도 양평의 지평리 전투 승리다. 51년 2월 미군과 프랑스군은 중공군 5개 사단을 물리쳤다. 퓰리처상 수상자 데이비드 핼버스탬은 전쟁을 추적했다. 그의 기념비적 저작 『가장 추운 겨울』(The Coldest Winter)은 이렇게 적고 있다. “중공군은 그때까지 무적이었다. 그러나 지평리의 패배로 그들은 충격을 받았다. 이제 미군은 낯선 중공군을 격퇴하는 전술과 자신감을 체득했다. 전쟁의 대전환점이었다. 지평리 승리가 없었으면 미군은 한국을 포기하려 했을 것이다. 그렇게 됐다면 한반도 전체는 마오쩌둥의 티베트형 위성국이 됐을 것이다.”

북한은 권력 이동기다. 그 기간은 독재 체제에서 가장 취약하다. 급변사태 가능성 때문이다. 핵은 권력세습의 보호막이다. 한국엔 최악의 시나리오가 가상으로 존재한다. 미·중 간 밀약에 관한 것이다. “북한 핵은 미국의 골칫덩어리다. 급변사태 때 중국 군대가 북한에 진입해 핵을 제거한다. 그 대가로 미국은 북한에서 중국의 배타적 영향력을 인정해준다. 핵무장한 북한보다 핵 없는 친중(親中) 정권이 미국엔 낫다.” 이 빅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통일은 불가능하다.

일본은 독자 노선을 모색하고 있다.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북핵 문제가 심각하면 일본 내 핵무장론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6월 28일 이명박(MB)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한 달 넘어 일본 정부는 이 이야기를 언론에 흘렸다. 그것은 G2 두 나라의 우월적인 북핵 관리에 대한 불만 표시다. 일본은 핵무기 보유 예비국이다.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 성조기를 조기(弔旗)로 걸었다. 7월 27일 휴전 56주년 기념일 때다. 한국은 그날 무감각했다. 전선에 나갔던 노년 세대에게 감사의 표시도 없었다. MB 정권은 그날 6·25를 이야기했어야 했다. 전쟁은 참혹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의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억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그 세대의 감수성에 통일과 자주, 핵문제를 던져주어야 한다. 그날을 그냥 넘긴 것은 실책이다. 정권 핵심부의 역사의식은 빈약하다.

한국은 100년 전의 초라한 나라가 아니다. 부국강병은 눈부시다. 하지만 자기 나라 운명을 자기가 결정하려는 국민적 자결 의지가 미약하다. 그런 탓에 북한 핵은 강 건너 불 구경이다. 기괴한 현상이다. 동북아에서 한국만 핵무기와 멀어져 있다. 미국의 핵우산은 효율적인 안보장치다. 그러나 이제 핵우산과 우리의 핵 주권 문제를 병립할 수 있는 전략적 지혜를 짜야 한다. 힘 없는 평화는 굴욕을 낳는다. MB의 한반도 책략은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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