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수용 노숙자들 주민과 조출한 추석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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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아버지 성묘도 가야하고 어머니도 뵈러 가긴 가야할텐데…. " 노원구월계2동 주공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월계종합사회복지관에서 추석을 맞는 노숙자 金모 (42) 씨는 마음이 착잡하다.

목수일을 하다 일거리가 줄어들면서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거리에 나섰던 金씨는 지난달 21일 노숙자 쉼터인 이곳에 들어와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공공근로를 하고있다.

"작년 추석 때만 해도 70대 노모를 모시고 가족들과 함께 단란하게 살았는데 노숙생활을 시작하면서 아내.딸 아이와 헤어지고 노모마저 양로원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

딱하기는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20명의 다른 노숙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중 고향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은 4명뿐이다.

나머지는 복지관에서 차려주는 차례상으로 추석을 보낸다.

대신 추석을 자신들의 재기의지를 다지는 계기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미장공 출신의 노숙자 김동순 (金東淳.44) 씨는 "서울역에서 두달동안 술에 절어 생활해오다 여기 들어와 술을 끊었다" 며 "우선 공공근로로 돈을 모은뒤 내년 봄에는 반드시 일자리를 구해 자립할 결심" 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굳은 의지를 다짐하듯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자발적으로 복지관 주변을 빗자루로 쓸고 아파트 단지내 주차장의 쓰레기를 줍는 등 동네 청소를 도맡고 있다.

오전 9시부터는 아파트 청소.잡초 제거.지하철 무임승차자 단속 등 일을 하고있다.

노숙자들에 대한 아파트 주민들의 '우려' 도 사라졌다.

주민 이필순 (李弼順.43.여) 씨는 "복지관에 노숙자들이 들어온다고 해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으나 아침 일찍 단지를 돌며 청소해주는 모습을 보고 주민들이 고마워 하고 있다" 고 전했다.

노숙자 2명에게 청소 공공근로를 맡기고 있는 월계5지구 청백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이들의 부지런한 근무 태도를 보고 출퇴근용으로 자전거 2대를 선물하기도 했다.

관리사무소장 신석하 (申石河.42) 씨는 "막상 일을 맡겨보니 환경미화원 이상으로 성실히 일해 놀랐다" 고 칭찬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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