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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그룹 밤샘협상]정부 재촉에 임시봉합 우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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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5대 그룹 구조조정 방안이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각 그룹간 이해가 팽팽히 맞선데다 정부가 시한을 정해 억지로 꿰어 맞추려고 하다 보니 무리수가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당초 5대 그룹 구조조정본부장들이 합의한 분야는 크게 세가지. ▶항공기 등 3개 업종은 경영주체를 정했고 ▶철도차량은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 는 방법에 동의했고 ▶반도체.발전설비는 '외부 평가기관에 맡긴다' 는 것이었다.

7개 업종중 남은 정유는 일찌감치 현대정유가 한화에너지를 인수키로 결정된 상태라 논의대상 밖이었다.

그나마 청와대와 산업자원부에 합의안을 전달키로 했던 약속시간을 훨씬 넘긴 저녁 무렵에 이뤄진 절충이었다.

그러나 이 내용을 전해 들은 정부측에서 '내용이 미흡하다' 는 지적과 함께 '늦어도 추석 이전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라' 고 압박함에 따라 상황이 1백80도 바뀌면서 일단 헤어졌던 본부장들이 밤 늦게 다시 롯데호텔에서 회동한 것.

하지만 쟁점인 반도체 (현대전자 - LG반도체) 와 발전설비 (한국.현대.삼성중공업) 를 놓고 관련업체간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2일 내놓을 '최종안' 에 얼마나 진전된 내용이 담겨질지 의문이다.

때문에 최종안 역시 '미완성' 의 범주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율합의 형식을 취하긴 했지만 정부 재촉과 시간에 쫓겨 '임시봉합' 한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주문인 책임경영주체 선정문제에서 처리가 개운찮은 부분이 많아 계속 불씨로 남을 게 불가피한 상황이고, 철도차량 등의 경영주체 선정은 외부 평가기관에 맡겼으나 훗날 그 결과를 해당업체들이 승복할지도 미지수다.

또 반도체와 발전설비의 절충방향에 따라 이미 합의가 이뤄진 5개 부문의 구조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도 급히 만들어지다 보니 구조조정작업의 원래 목적인 경쟁력 강화 및 재무구조 개선 방안에 대한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주채권 은행의 심사과정에서 상당한 보완이 요구될 전망이다.

특히 인력조정 문제를 놓고 다시 한바탕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합의된 내용 = 명확한 경영주체가 결정된 업종은 정유.항공기.선박 용 엔진 등 3개. 항공기와 선박용 엔진의 경우 참여업체가 동일지분으로 단일법인을 세우되 경영은 외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기로 했다.

나머지 4개 업종은 누가 경영권을 가질지를 정하지 못하고 어떻게 경영주체를 선정할지에 대한 '방법' 만 정해졌다.

반도체.발전설비.철도차량은 외부 전문평가기관의 자산가치 실사 결과에 따라 경영권의 향배를 정하기로 했다.

석유화학은 현대와 삼성이 일단 동일지분 (40%씩) 을 갖지만 둘중 외자유치 (20% 지분) 를 많이 한 쪽이 경영권을 갖도록 합의했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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