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업종 구조조정案]'미봉'에 그친 5대그룹 빅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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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진통 끝에 5대 그룹이 합의한 경영개선계획은 지난 3일 발표한 사업구조조정 방안보다는 다소나마 진전된 내용이 담겨 있다.

항공기 등 3개 업종에서는 경영주체가 정해졌고, 철도차량.석유화학 역시 '어떻게 하겠다' 는 방법에 대해서는 관련업체간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 역시 '미완성' 의 범주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율합의 형식을 취하긴 했지만 정부 채촉과 시간에 쫓겨 '임시봉합' 한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정부의 주문인 책임경영주체 선정 문제에서 처리가 개운찮은 부분이 많아 계속 불씨로 남아있을 전망이다.

반도체.발전설비.철도차량 등은 경영주체 선정을 외부평가기관에 맡겼으나 훗날 평가 결과를 대해 해당업체들이 승복할지도 미지수다.

◇책임경영 주체 = 명확히 방향이 결정된 업종은 정유와 항공기.선박용엔진 등 3개. 항공기와 선박용엔진은 참여업체가 동일지분으로 단일법인을 세우되 경영은 외부 전문경영인에 맡기기로 했다.

정유는 현대정유의 한화에너지 인수로 이미 일단락됐다.

나머지 4개 업종은 누가 경영권을 가질지를 정하기 못하고 어떻게 경영주체를 선정할지에 대한 '방법' 만 정해졌다.

반도체.발전설비.철도차량은 외부 전문평가기관의 자산가치 실사 결과에 따라 경영권의 향배가 결정된다.

철도차량은 미국 맥킨지사가 평가를 맡았고 나머지 두 업종도 공정성을 위해 외국평가기관이 평가를 맡을 전망이다.

석유화학은 현대와 삼성이 일단 동일지분 (각40%씩) 을 갖지만 둘중 외자 유치 (20%지분) 를 많이 한 쪽이 경영권을 갖도록 합의해 치열한 유치경쟁이 예상된다.

◇평가에 따른 문제점 = 당사자간 합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책임경영주체 선정을 제3자에 위임하는 방안을 택한 경우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

반도체의 경우 현대전자와 LG반도체는 그동안 통합협상 과정에서 각자다른 기준을 적용한 평가 결과를 제시하면서 서로 우위를 주장해왔다.

따라서 외부평가기관이 자산가치 평가후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면 상대방이 쉽게 수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평가 근거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이런 식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발전설비나 선박용엔진 역시 후속작업을 신속히 마무리하지 못하다가 한중 민영화 일정과 겹쳐질 경우 처리 꼬일 수 있다.

◇촉박한 시일 = 전경련은 외부평가기관의 실사를 받아야 할 업종에 대해 실사작업을 11월말까지 끝내고 연말까지 단일법인을 출범한다는 계획이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해당 기업의 자산가치 실사는 3~4개월이 걸린다는게 정설이다.

막판까지 진통을 겪어 자구계획을 마련조차 못한 반도체.발전설비는 더욱 다급하다.

다른 업종의 자구계획도 준비가 미흡했던만큼 주채권은행의 심사과정에서 상당부분 보완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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