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협동회 채권단 “더 이상 분규 없게 매듭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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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낮 12시35분에 협상장을 빠져나왔다. 이들은 “오전에는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는 시간이었다”며 자세한 교섭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양측은 해고 대상자 중 무급 휴직으로 처리하는 비율을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오후 4시에 다시 만난 뒤 협상을 계속했다. 이날 마라톤 협상이 계속되자 노사 양측은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특히 협상이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됨에 따라 노조와 정상 출근한 직원들 모두 답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쌍용차 본관과 연구소 등에는 1700여 명의 직원이 출근했다. 엔진 생산을 맡고 있는 김모(38)씨는 “노조원들과 직원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게 사실”이라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되어 공멸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함께 사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박모(40)씨는 “타결안이 도출된다고 해도 노조원들과 얼굴을 맞대고 일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노조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노조도 초조하긴 마찬가지였다. 전날까지 도장공장 옥상에서 새총을 쏘던 노조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오전 협상이 끝나자 옥상에 일부 노조원들이 나타났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나오는 한상균 지부장 등 교섭에 참여한 노조지도부의 표정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와 사측이 전향적으로 대화에 나선 만큼 좋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쌍용차 회생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쌍용차 협동회 채권단도 교섭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쌍용차 600여 개 협력업체들로 이뤄진 채권단은 사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다음 달 5일 법원에 조기파산을 신청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노사 대화가 재개됨에 따라 일단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채권단 최병훈 사무총장은 “그동안 협력업체들은 쌍용차의 불규칙한 경영으로 힘들었다”며 “교섭을 통해 더 이상의 분규가 없도록 매듭이 지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사무총장은 사측에서 제시한 40% 무급 휴직안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40% 무급 휴직으로는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10~20% 정도의 무급 휴직이 적절하며 관리 주체인 법원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평택=장주영 기자, 김태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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