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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멸’ 위기감에 쌍용차 노사 42일 만에 만났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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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0일 오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사측 박영태 법정관리인(右)과 노측 한상균 지부장이 협상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쌍용차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것은 42일 만이다. [쌍용자동차 제공]

쌍용자동차 노조의 평택공장 점거 파업 70일째인 30일, 노사가 극적으로 대화를 재개했다. 박영태 법정관리인과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이날 오전 9시10분 평택공장 본관과 도장공장 사이 ‘평화구역’에 설치한 컨테이너에서 만나 교섭에 들어갔다. 그러나 노사 간 이견이 심해 밤늦게까지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노조의 실질적인 제안이 나올 때까지 대화에 불참하겠다던 사측이 대화에 나선 것은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의 이견이 일부 좁혀졌기 때문이다. 사측은 지난달 26일 정리해고자 976명에 대해 ▶희망퇴직 450명 ▶분사·영업직 전환 320명 ▶무급 휴직(100명) 및 우선 재고용(100명) 200명 등의 최종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정리해고에 다름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노조가 일부 정리해고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입장을 선회하면서 대화의 물꼬가 터졌다. 이날 가장 큰 쟁점은 무급 휴직을 둘러싼 것이었다. 최상진 쌍용차 기획재무본부장은 협상에 앞서 “무급 휴직 문제에 집중하기로 합의하면서 오늘 대화가 이뤄졌다”며 “대화가 길어지더라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말했다.

◆무급 휴직 규모가 핵심 쟁점=사측은 무급 휴직 대상을 지난달 26일 제시했던 10% 선에서 40%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수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노조는 무급 휴직을 최대한 확대하기를 원하고 있다. 무급 기간에 대해서도 양측은 이견을 보이고 있다.

무급 휴직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분사한 업체에서 고용하거나 영업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도 논의했다. 사측은 이 인원을 320명 정도 제시했지만, 노조는 무급 휴직을 못 받는 인원(노조 제안대로라면 500명 정도) 전부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은 이날 협상 직전 정리해고자 976명 중 160여 명이 이탈해 800여 명만 해고자 신분을 유지하고 있지만 노사는 976명 모두를 논의 대상에 넣기로 합의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일단 양측이 대화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나, 무급 휴직자 비율을 저렇게 높여서 과연 9월 15일 법원에 제출할 회생계획안이 인가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민·형사 소송 문제도 관건=이날 해고와 무급 휴직 규모 문제가 주로 다뤄졌지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문제에서도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졌다. 사측은 기물 파손 등 폭력 행위가 확인된 일반 노조원 283명을 상대로 5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법원에 제출하기로 내부 입장을 정한 상태다. 사측은 이미 지난달 22일과 이달 14일에도 노조 집행 간부 190명과 외부 세력 62명에 대해 각각 5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30일까지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1만3907대의 생산 차질이 생겨 3002억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사측은 추산했다.

경찰도 노조 집행부 28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상태로 폭력 및 불법 파업 혐의로 총 147명을 검거할 방침이다.

정무영 쌍용차 홍보부장은 “노조에 대한 민·형사 소송 제기는 법정관리 주체인 법원의 승인을 받은 상태”라며 “협력업체도 회사 측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추진하고 있어 노조에 대한 소송 제기를 취소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는 홈페이지를 통해 “대화와 평화가 현 사태 해결의 원칙”이라며 “경찰과 사측은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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