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덕근영사 피살 수사종결 '북한 봐주기'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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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러시아가 2년전의 최덕근 (崔德根) 영사 피살사건을 강력범에 의한 단순범행으로 수사종결키로 한 것이 '북한 봐주기' 의 의혹을 낳고 있다.

사건 당시 崔씨는 오른쪽 옆구리를 예리한 물체로 찔리고 머리를 둔기로 얻어맞아 우리 당국은 북한측의 '독침' 범행으로 추정했다.

崔씨가 북한정보의 보고 (寶庫) 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보외교요원으로 활동한 데다 당시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긴장상태였던 점도 이를 뒷받침했다.

결정적 단서는 우리측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실시한 崔씨 시신의 2차 부검결과. 북한공작원이 갖고 있는 것과 동종의 독극물이 검출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 당국은 이를 공식확인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사건전모를 발표해주길 기다리는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다. 반면 러시아는 1차 부검결과도 발표하지 않았고, 연방보안부 (FSB) 대변인도 당시 "테러 흔적이 없다" 고만 말했다. 그후 2년간 "수사중인 상황에서 대외발표를 금한다" 는 명분으로 침묵했다.

이번에 '단순강력범죄' 로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으로 알려져 '북한 커넥션' 에 초점을 맞춰온 우리측은 당혹해하고 있다.

러시아측의 조치가 북한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운 한.러 갈등의 조짐도 있다.

지난 7월 외교관 맞추방에 따른 대립을 해결한 마당에 러시아가 부검결과 발표 등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게 우리측 요구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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