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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정부가 김일성 조문을 권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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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가 국민에게 김일성 조문을 권하는가? 국정홍보처가 이 같은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인터넷 뉴스사이트인 국정브리핑을 통해서다.

국정브리핑엔 '우리 민족끼리 6.15 정신 되살리자'는 글이 실렸다. 글은 '순조롭던 남북관계가 최근 냉각 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김일성 주석 10주년 조문단을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하루라도 빨리 꾸려서 최소한의 도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 의회의 북 인권법안에 대해 정부는 열린우리당과 발맞춰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탈북자 문제는 남북관계에 항상 부정적으로 작용했고, 단순한 인권적 접근이 가지는 폐해가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글은 국정홍보처가 모집한 이른바 '국정넷포터'의 기사 형식으로 돼 있다. 하지만 이 난의 관리는 국정홍보처가 하며 편집권도 갖고 있다. 국정홍보처는 직접 '국정넷포터의 글은 편집진의 심사를 거치며 소정의 고료도 지급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글을 보는 국민이 오해할 소지가 있다. 우리 정부가 내심 김일성 조문을 권하고, 미 의회에서 통과된 북한 인권법에 반대한다고 믿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건 탈북자를 '남북관계 개선의 장애물'정도로 취급한다는 인상도 줄 수 있다.

가뜩이나 대통령의 정체성을 놓고 나라가 시끄러운 정국이다. 정부조직법을 보면 국정홍보처는 '국정에 관한 국내외 홍보 및 정부 내 홍보업무 조정'을 책임진다. 그런 기관에서 국정을 홍보하는 공식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려놓고 있으니 논란이 수그러들겠는가. 국론을 모으고 국민을 통합할 정부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형국이다.

정부의 인터넷 홈페이지 관리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성적으로 모독한 합성사진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실려 담당 수석이 사과 하고 실무자를 문책한 것이 불과 며칠 전이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있으니 국민이 정부의 진의와 도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