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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바둑]유창혁 - 조치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趙, 부자 몸조심

제5보 (89~116) =끝났다며 체념했던 검토실의 젊은 프로기사들이 모니터에 다시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이세돌3단, 최철한2단 등 소년고수들에게 유창혁이란 존재는 같은 도장의 선생님이나 다름없다.

조치훈만 해도 먼 나라 사람 같아 자연 劉9단 쪽을 응원하게 돼있다.

그러나 이들은 냉정한 프로의 눈을 갖고 있어 야구장의 팬처럼 무작정 응원하는 법은 없고 희망없는 바둑은 일찍 체념하는 것이다.

검토실의 희망은 백이 좌변을 연결한 데서 싹이 텄다.

흑이 자꾸 물러서고 있으니 이런 분위기라면 중앙에 뜬 미생마에 많은 신경을 쓸 것이다.

그 틈에 흑의 상변을 초토화한다면 계가로 어울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생각이었다.

과연 趙9단은 즉각 달아나지는 않았지만 멀리 89쪽에서 지원사격을 해왔다.

劉9단은 90, 94로 슬슬 쫓았는데 이 두 수는 평범하면서도 공격의 명수답게 흑의 아픈 곳을 제대로 찌르고 있었다.

그 바람에 趙9단은 살기 위해 많은 공배를 두어야 했고 백은 중앙을 크게 강화시킬 수 있었다.

"흑이 선수로 살긴 살았습니다만 많이 당했어요. " (홍태선7단) 대마는 '가' 의 삶과 연결이 맞보기여서 살아있다.

대신 그 약점 때문에 흑은 '나' 까지 지키지 못하고 103에 지킬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백의 다음 수로는 누구나 105의 침입을 예상했다.

모두들 오래전부터 상변을 깨야 한다는 선입관에 사로잡혀 있었다.

劉9단은 달랐다.

그는 태연히 104로 어깨를 짚어 105를 허용하더니 106부터 116까지 중앙을 틀어막았다.

상변을 모두 집으로 내주고 하수처럼 중앙을 키운 것이다.

"유창혁의 비범함을 보여준 대목입니다.

상변을 다 지어주고 중앙을 후수로 틀어막아 무슨 바둑이 되겠느냐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틀어막자 형세가 갑자기 심각해졌습니다.

신기한 일이지요. " (洪7단)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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