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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고고학계 'DNA 분석' 열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인간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염색체를 구성하는 요소인 DNA (디옥시로보핵산) . 이 DNA를 분석하는 연구방법이 고고학계에서 연구의 새로운 방법으로 각광받으면서 세계 각국의 학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미이라나 유골에서 DNA를 추출해 분석할 경우 그 민족이나 문화의 기원이 지금까지 주장해온 것과는 영 딴판으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접근을 학계에서는 'DNA고고학' 이라 부른다.

먼저 민족의 기원이나 문화이동에서 한반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일본은 3년전부터 DNA고고학을 도입해 연구하면서도, 연구결과를 놓고 곤혹스런 처지에 빠져있다.

일본학자들은 그동안 서구학자들과 공동으로 '과연 일본인은 누구인가' 를 캐내려는 노력을 펼쳐왔다.

연구의 초점은 일본인들이 1만2천년전에 일본을 차지한 조문인 (즐문토기를 만들면 살았던 사람들) 의 후손인가, 아니면 B.C.400~A.D.250년 사이에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인들의 후예인가로 모아지고 있다.

일본과 미국 고고학계에서 이뤄진 다양한 DNA분석을 종합해 보면 한국인들이 현대 일본인들의 유전자 조합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UCLA 생리학자인 재리드 다이어먼드는 "그러나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이민자들의 규모가 커서 그런지, 아니면 한국인들 이민자들의 높은 출산율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고 덧붙인다.

여기서 일본 최초의 왕이 한국에서 건너온 '정복자' 였을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이 문제도 3세기에서 7세기 사이의 일본왕들의 무덤만 발굴 연구하면 금방 풀린다.

그래서인지 일본왕실에서는 발굴에 강력히 맞서고 있다.

왕실의 기원을 비밀에 부치는 것이야말로 일본왕실의 신비감을 더하는데는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자연과학으로 무장한 일부 일본 고고학자들의 '호기심' 에 일본왕실이 언제까지 버틸지 관심을 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87년 신장 (新疆) 성 타림분지에서 발굴된 미이라들은 3천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지만 육안으로도 유럽인의 특징이 분명히 느껴진다.

중국정부는 이 미이라의 DNA를 분석했다가는 자칫 중국 문명이 서양과는 독자적으로 형성됐다는 기존의 입장이 허물어질 뿐아니라 이 지역의 위구르족에게 독립의 명분을 내줄 우려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처음으로 고고학 연구에 DNA분석이 도입돼 관심을 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장 趙由典)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공동으로 나주 복암리의 백제고분군에서 발굴된 인골에서 DNA추출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 지난 4월 시작된 이 작업은 두번의 실패에 이어 현재 세번째 시도중인데 이번에는 성공의 빛이 보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작업이 성공하면 고분의 주인들이 서로 어떤 관계인지 등을 가려낼 수 있다.

조소장은 이에 대해 "DNA고고학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초보단계이지만 21세기로 접어들면 우리 민족의 과거생활.환경.문화의 물적 증거를 찾는데 자연과학 등 인접과학의 적용이 보다 활발해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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