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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금감위원장 사의…왜? 후임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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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정재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3년 임기(2006년 3월)를 절반도 채우지 못한 시점이다.

이 위원장은 5일간의 여름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달 31일 김용환 금감위 대변인을 통해 "최근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해 물러날 때라고 생각해 사의를 표명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사의를 표한 데 대해 "비난을 감수하겠다"며 "청와대에도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춰 왔다.

그는 지난해 말 시작된 카드 특감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기능 개편과 관련해 고민이 심했다는 게 금감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사의 표명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혁신위원회가 금융감독 업무를 금감위에 대폭 이관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자 금감원 노조가 삭발까지 해가며 이 위원장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이 임기가 절반이 넘게 남았는데 자의에 의해서만 사의를 표했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비난까지 감수하면서 사의를 표한 이유를 말해줄 이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이후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때문에 일어난 사퇴 파동인 만큼 혼란 봉합을 위한 후속 인사도 조속히 단행될 전망이다. 후임으로는 현직 이동걸 금감위 부위원장과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 정건용 전 산업은행 총재, 윤증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 등이 물망에 올라 있다.

이 부위원장은 개혁적인 성향이 현 정부의 기조와 맞아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중책을 맡아왔으며, 두 전.현직 산은 총재는 정통 관료로 신망이 두텁다. 윤 이사는 이헌재 부총리가 입각할 때부터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 왔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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