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더위인 8월 증시에 대한 증권사들의 전망은 싸늘했다. 정보기술(IT)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하고 있으며, 한국 수출의 버팀목인 미국 경제 호황이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이 많았다. 이에 따라 주요 증권사들은 튼튼한 지지대로 작용한 종합주가지수 720~730대의 방어벽이 뚫릴 가능성을 열어 두는 분위기였다.
대우증권은 계절적으로 8월은 약세장이어서 최악의 경우 64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1990년 이후 월간 평균 주가수익률을 계산해 보면 이달의 수익률(-2.1%)이 9월 다음으로 가장 낮다는 것이다. 8월은 거래소 기준으로 월 평균 거래대금과 거래량, 그리고 외국인들의 매매 비중이 1년 중 가장 작은 달로 집계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비교적 긴 여름 휴가를 떠나 휴식기 모습이라는 것이다.
대우증권의 김정환 연구위원은 "주도주와 주도세력이 없는 가운데 시장의 모멘텀마저 실종되는 시기여서 잠시 매매를 자제하는 것도 투자의 한 방책"이라고 조언했다.
LG투자증권도 수출 둔화가 점쳐지는데 투자.소비 등 내수가 이를 메워주기 힘들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으니 주식 비중을 줄이라고 권했다.
이유는 이렇다. 개인.외국인.국내기관이라는 3대 매수 주체가 지난달 중순부터 '사자'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것, 또 예탁금과 주식형 수익증권이 지난달 각각 1조2000억원과 5000억원 이상 순유출되는 등 수급이 급격하게 위축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잘나가던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는 모습도 걱정스럽다. 지난 2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에너지값 압박과 소비 위축 등으로 전분기(4.5%)보다 훨씬 낮은 3%에 그쳤다.
국내 증시는 이처럼 수급 불일치와 미 경제 감속이라는 내우외환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대신증권도 미국의 소비와 생산이 급속히 줄 가능성에 주목했다.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으로 가계 부문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 금리가 오르면 이자비용이 늘고 주택가격이 떨어져 개인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기업실적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흔히 약세장의 유망 종목으로 꼽히는 건 경기 방어주와 배당주다.
삼성증권은 태평양.농심.신세계.하이트맥주.한국가스공사를 흔히 거론되는 경기 방어주로 분류했다. 소재 및 산업재 업종의 대표주로는 포스코.대우조선해양.LG석유화학.삼성중공업 등을, 배당투자 유망종목으로는 KT.LG상사.KT&G.풍산.삼양사.신도리코.LG전선.제일모직.LG석유화학 등을 꼽았다.
서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