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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5대그룹 내부거래조사 비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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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정거래위원회의 5대 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과정과 결과에 대해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전경련은 21일 '부당내부거래 조사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란 보고서를 발표, 이번 조사는 ▶공정거래법상 취지와 거리가 있으며 ▶조사 방법과 절차에서도 투명성.적법성에 문제가 있고^기업의 거래관행을 무시한 무리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법적 자문을 한 결과 행정소송을 하면 기업측에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며 "공정위는 제도의 투명성을 위해 조사 방법.절차 등을 법에 명시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지난 7월 29일 5대 그룹에 대한 1차 부당내부거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7백2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5대 그룹은 지난달 중순 일제히 이의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측은 "이번 조사는 우량계열사가 한계 계열사를 부당지원함으로써 동반 부실화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으로, 공정거래법 취지에 맞을 뿐만 아니라 모든 절차와 시기는 적법했다" 고 강조했다.

다음은 전경련의 지적과 공정위 주장.

◇조사 취지.방법.절차상 문제점 = 전경련측은 '한계기업 퇴출을 통해 구조조정을 촉진한다' 는 공정위의 이번 조사 목적이 공정거래법의 기본 취지인 '경쟁촉진' 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경련은 "공정위가 조사대상자의 임의 진술에 대해 날인을 강요하는 등 규정에 없는 조사행위를 했으며, 기업이 조사보고서를 받은 후 불과 2~3일 만에 해명토록 함으로써 의견진술권이 제약됐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조사원들이 기업 임직원에게 진술을 받은 뒤 날인을 요구하는 것은 적법한 관행" 이라면서 "녹음을 해 증거로 확보할 수도 있으나 위법성 시비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진술한 내용을 확인해 달라고 하는 절차였지 절대 강요한 적은 없으며 날인을 거부한 곳도 있었다" 고 설명했다.

해명 기간에 대해서도 "7월 4일 심사보고서를 내준 뒤 7월 23일까지 검토하게 했으므로 기업 입장에선 20일의 여유가 있었다" 고 밝혔다.

◇부당성 판정기준 = 계열사가 부도날 경우 그룹 이미지 실추는 물론 자금조달.영업에 차질을 빚고, 투자지분 회수나 부품의 안정공급 등이 어려워지므로 후순위채권매입.기업어음 (CP) 인수 등은 '불가피한 거래관행' 이라는 것이 전경련의 주장이다.또 이번에 적발된 내용도 대부분 "계열사를 지원한다는 의도없이 자사의 이익을 위한 것" 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공정위는 "관행이라고 하지만 이번 경우는 비상식적인 고가 (高價) 매입이 문제가 된 것" 이라고 주장했다.

시중금리가 20~30%인 상황에서 계열사 유가증권을 11~18%대에 사준 것은 명백한 차별성 지원이라는 것.

◇외국기업과의 역차별 = 국내 진출 외국기업은 본사 - 계열사와 지원성 거래를 하고 있는데도 이들은 중점심사 대상에서 제외돼 국내 대기업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5대 그룹만 조사한 것은 인력.시간상의 문제 때문이며, 외국기업이라도 부당지원이 문제가 돼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에 착수할 용의가 있다" 고 강조했다.

◇국제기준과 불일치 =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효율성을 높이는 내부거래는 인정하며 이로 인한 부작용은 세법.증권거래법 등으로 규제하는데 한국은 공정거래법에서 내부거래를 금지하고 있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이에 공정위는 "외국에서는 계열사의 독립경영 체제가 확립돼 있어 부실계열사에 대한 부당 내부지원의 소지가 없으며, 부당지원 사실이 밝혀지면 해당 기업 임직원은 배임죄에 해당된다" 고 강조했다.

이재훈.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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