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톱무좀 균은 '달리기 선수', 장기 치료해야 완치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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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피부과 문기찬 교수

환자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가 “손발톱 무좀은 얼마 동안 치료해야만 완치되나요?”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손발톱에서 무좀균이 완전히 사멸되어 없어질 때까지이다. 손발톱무좀을 일으키는 곰팡이 균은 손발톱 판의 구성 성분인, 단단하고 치밀한 케라틴 조직 속을 침범하여 성장, 번식한다. 이러한 손발톱무좀균은 완전히 퇴치하는데까지 일반적으로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손발톱무좀이 아무리 치료해도 별 진전이 없는 고질병이라고 생각하며 포기하곤 한다. 실은 치료효과가 천천히 나타나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눈으로 보여지는 변화가 적어 오해하는 것이다. 손발톱무좀 왜 이렇게 더디게 치료되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장기적인 치료가 왜 중요한지 알아보자.

◆치료, 더딘 듯 느껴지는 이유는?

손발톱 느리게 자라

피부과 외래에서 보는 발톱 무좀 환자에게 언제부터 이와 같은 증세가 있었냐고 물어보면 짧게는 수 개월, 길게는 수 년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손톱은 정상적인 경우 하루 약 0.1mm씩 자라나는데 이렇게 한 달이 지나게 되면 약 3mm 정도 길어지고 완전히 새 손톱으로 교체되는데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발톱의 성장 속도는 손톱보다 훨씬 느려 손톱의 1/2내지 1/3수준으로 밖에 자라지 않아 새 발톱으로 교체되는데 12~18개월이나 걸리게 된다. 일반적으로 손발톱무좀은 치료를 함과 동시에 손톱, 발톱이 자라나며 균이 없는 깨끗한 손, 발톱으로 교체되면서 완치된다. 그렇다 보니 균은 제거되고 있는 중인데 눈에 보이는 색깔변화 등은 위로 살짝 밀려 올라간 정도로 보여 중도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중도 치료 포기는 결국 치료 실패로 이어진다.

균 번지는 속도가 앞서

무좀에 걸린 손발톱은 대부분 윤기가 없어지고, 두꺼워지고 회색 또는 갈색 등으로 색조가 변하거나 쉽게 부스러지는 등의 변화를 보이게 된다. 이러한 증상은 초반에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의 양쪽 골이 파인 측면이나 바깥쪽 모서리, 또는 손발톱 끄트머리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후 균은 점차 아래로 퍼지는데, 손발톱이 자라는 속도보다 무좀균이 내려오는 속도가 조금 더 빠르게 진행되어 무좀을 쉽사리 떨치기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고 중도 포기 없이 지속적으로 치료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무좀균의 특성상 장기 치료 요법 필요

손발톱이 너무 천천히 자라 무좀균이 침투하는 속도가 빠른 듯 느껴지지만, 사실 손발톱무좀균은 일반 세균보다 발육 성장이 훨씬 늦다. 일반 세균은 실험실에서 배양하면 하루나 이틀 사이에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금새 자라는데 반해, 무좀균은 보통 한 달 정도가 지나야 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일반 세균성 질환의 항생제는 보통 1~2주 정도 사용하고 치료를 끝내지만 무좀 치료를 위한 항진균제는 좀 더 장기간의 요법이 필요하다. 손발톱무좀 증상이 개선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까지 되려면 인내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발톱무좀, 장기 치료 중요

손발톱판의 구조는 매우 치밀하여 연고 등의 치료제로는 손발톱판 속까지 유효 약 성분이 스며들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먹는 약을 함께 처방하게 된다. 이러한 항진균제는 치료 기간이 끝나 복용을 중단한 후에도 손발톱 조직에 남아 9개월~11개월까지 지속적으로 약효를 발휘한다. 여러 임상시험 결과, 무좀약의 복용기간은 손톱인 경우 2개월, 발톱인 경우 3개월 정도가 적당하다고 알려져 있다. 결론적으로 손발톱무좀 치료를 위해 2~3개월 정도 집중적으로 약을 투여한다면, 이후 9개월~11개월에 해당하는 기간에는 점차 증상이 호전됨을 느낄 수 있다. 손발톱이 정상으로 자라나고 눈으로 보이던 색깔변화나 부스러짐 등이 밀려 올라가면 치료가 되고 있다는 증거다. 위에서 이야기 했듯 손발톱무좀은 질환이 일어나는 부위 및 균의 특성 상 더디게 치료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치료 자체가 안 된다고 오해하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의 진단과 처방을 믿고 치료에 인내심을 가져야 손발톱무좀을 뿌리 채 뽑을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문기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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