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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통위원장 “종편 중요 심사기준은 글로벌 안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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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6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경빈 기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직원들이 참석한 ‘2009 하반기 전략회의’에서 “이번에 미디어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우린 미디어 빅뱅에서 낙오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관훈클럽이 주최한 토론회에선 “후손들의 먹을거리를 만들어 줄 미디어법이 정치 볼모가 돼 표류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미디어법을 통과시켜 줄 것을 거듭 부탁했었다. 그 이후엔 방통위가 책임지고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상황이 바뀌어 미디어법이 통과된 후인 26일 최시중 위원장이 기자들 앞에서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미디어 개혁을 반드시 성공시켜 미디어 강국으로 가는 기틀을 다지겠다”고 다짐했다.

◆“‘미디어 신화’로 결실 거둘 것”=최시중 위원장은 “미디어법은 1980년대 군사정권 이후 우리를 얽매어 왔던 낡은 칸막이식 규제에서 벗어났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정부는 앞으로 지상파와 케이블 TV, 신문, IPTV 등 매체 간 합종연횡과 경쟁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람과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면 시장이 변화하고 방송산업의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빅뱅은 무엇보다 시청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임도 분명히 했다. 그는 “신규 매체와 기존 매체 간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다양하고 수준 높은 고품격 콘텐트를 시청자에게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자동차나 반도체 신화가 그랬듯 지금 우리가 뿌린 미디어 산업 육성의 씨앗은 10년, 20년 후 우리의 자식들이 미디어 신화로 결실을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속 조치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민주당은 지난 22일 미디어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또 야당 추천 방통위원 2명이 헌재 결정 전까지 방송법 관련 후속 조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가 어떤 후속 조치를 밟을지 관심거리였다. 최시중 위원장은 이날 “방통위는 행정부 기관으로 국회에서 통과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여기에 따른 시행령 마련 등 후속 작업을 해야 한다”며 “시행령 개정 등의 작업을 조속히,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해 그간의 논란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종합편성 채널 선정 조건은=최 위원장은 이날 관심거리 중 하나인 종합편성 채널(이하 종편)과 보도전문 채널 도입 방안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두 채널에 대한 정책 방안은 방통위의 의결 사항이다. 그는 종편 심사 기준과 관련해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고려에 의한 사업자 선정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누가 콘텐트 제작 능력이 있는지, 세계시장에 대한 안목을 갖추고 있는지 등이 중요한 심사 기준이 될 거라고 설명했다. <그래픽> 최 위원장은 특히 모두 발언에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사업심사 기준에서도 ‘글로벌 안목’을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 시장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세계 시장을 공략할 사업자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최 위원장은 종편과 보도채널의 개수와 관련해선 “3개 사업자가 유효 경쟁 체제의 틀 안에서 경쟁을 벌이는 통신시장처럼 지상파나 종편, 보도채널도 3개가 돼야 바람직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종편은 1개 내지 2개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3개까지 늘려가고, 이미 YTN과 MBN이라는 채널이 있는 보도채널 사업자는 1개를 늘려 3개를 채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MBC 문제, 새 방문진 이사회에서 결정”=최 위원장은 이날 MBC 민영화와 KBS 수신료 인상 등의 문제는 새롭게 뽑힐 각 사의 이사진에서 논의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KBS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선 KBS가 ‘한국의 BBC’로 자리매김하는 데 꼭 필요한 절차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상복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미디어 이야기

국회에서 미디어 관련 법이 통과됐습니다. 신문과 방송 겸영의 물꼬를 트는 등 1980년 신군부가 만들어 놓은 방송 진입 규제가 30년 만에 풀렸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미디어의 이용 주체인 국민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에 따라 본지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미디어 관련 정보와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400자 안팎 분량의 ‘미디어 이야기’를 연중 게재합니다. 정치적 공방에 휘둘리지 않고 ‘시청자와 독자의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사안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미디어 이야기’를 모아놓으면 작은 ‘미디어 백과’로도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 종합편성 채널

현재 전 국민의 80%가 케이블이나 위성에 가입돼 있습니다. 거기엔 뉴스·드라마·다큐멘터리·오락·영화·스포츠 등 많은 장르의 채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상한 건 KBS·MBC·SBS같이 모든 장르를 다 내보내는 채널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방송을 ‘종합편성 채널’이라고 부르는데, 그동안 케이블·위성 등의 뉴미디어에선 한번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법적으로는 신문과 대기업 등의 참여도 막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미디어법은 종합편성 채널 도입을 전제로 각종 진입 규제를 철폐한 게 특징입니다. 내년이면 KBS·MBC·SBS에 못지않는 경쟁력을 갖춘 종합편성 채널이 케이블과 위성, IPTV에서 방송될 예정입니다. 시청자들로선 자신의 기호에 따라 골라보는 재미가 더 커질 게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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