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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아프간 무력충돌 위기…외교관 살해가 불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사이에 무력충돌의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는 14일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집권세력 탈레반을 향해 "전쟁의 위협이 제기되고 있다" 고 선언했다.

하메네이는 이날 국영 라디오와 TV로 중계된 연설을 통해 "지금까지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으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이제 전쟁의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 고 강조, 전면전도 불사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란은 현재 아프가니스탄과의 접경지역에 탱크.중화기.전투기를 포함, 8만여명의 정규군 병력을 집결시켜 놓은 상태다.

오는 23일에는 이 지역에서 20만명을 동원한 사상 최대의 기동훈련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란의 공격 가능성이 커지자 탈레반 정권은 이란과의 국경지역인 남서부 님로즈 지방에서 민병대를 조직하는 등 방어태세에 돌입했다.

탈레반 정권은 "피를 흘릴 준비가 돼 있다" 며 이란과 한판의 결전도 불사할 태세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의 긴장상태는 지난달초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반군세력의 거점인 북부지역의 마자르에 샤리프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이곳에 있던 이란 공관의 외교관들을 인질로 감금하면서 급속히 악화됐다.

이어 탈레반은 이란측의 석방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란 외교관 11명을 사살, 양국 관계는 극도로 고조됐다.

96년 수도 카불을 점령한 탈레반은 현재 아프가니스탄 전역의 3분의2를 장악한 상태로 이란.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북부지역의 반 (反) 탈레반 세력과 막바지 교전을 벌이고 있다.

양국의 무력대결 위기는 종교적 반목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예언자 마호메트의 후계자를 자칭해온 이란의 시아파와 탈레반의 수니파는 수세기에 걸쳐 앙숙관계에 있었다.

여기에 탈레반 집권시 시아파 종주국을 자처해온 이란은 아프가니스탄내 시아파 소수민족의 운명을 외면할 수 없는 입장이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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