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북한 인공위성' 그래도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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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 인공위성을 둘러 싼 열흘간의 국제적 미스터리는 미 국무부가 '위성발사 - 궤도진입 실패' 로 결론지음으로써 일단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미국의 '위성발사' 결론은 특히 다음달 재개될 북.미 미사일회담, 4자회담 등과 맞물려 북한과의 대화협상 국면을 적극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읽게한다.

한.미.일 3국은 그러나 위성.미사일 논쟁에 관계없이 북한의 탄도발사능력이 '위협요인' 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며 다각도의 공조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위성' 결론 = 제임스 루빈 국무부대변인은 "북한이 아주 작은 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리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고 14일 확인했다.

구체적 자료가 제시된 발표는 아니었지만 '위성' 결론만으로 미 행정부의 향후 대북정책 여지는 넓어질 것이라는 게 정부당국자들의 분석. 우선 미 행정부의 대 (對) 의회관계에서 호흡을 고를 수 있게 됐다.

당초 미사일 발사로 알려지자 공화당 주도의 미 의회는 그간 참아왔던 북한에 대한 극도의 적대적 시각을 노출했었다.

결국 미.북 제네바합의와 대북 중유공급에 불만이던 공화당측이 '북한미사일' 을 고리로 북.미관계를 파국으로 몰아 갈 가능성은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미사일이라는 데 무게를 두며 첩보위성 추진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던 일본의 군비증강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미 정부는 이번 '위성' 결론을 계기로 다음달 미사일.4자회담에서 북한을 대화의 틀 안에 묶어둔 채 '경제제재완화' 카드로 북한과 본격적인 미사일 동결협상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 우리 정부 판단 = 외교통상부.정보당국 등은 '위성발사 - 궤도진입실패' 라는 미국과 동일한 결론을 내놓았다.

대북 포용정책 및 미국과의 공조에 무게를 둔 판단인 셈이다.

반면 국방부측은 아직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 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측과 미사일 사거리 연장협상을 벌여야 할 국방부측의 시각을 읽을 수 있다.

더욱이 미사일 방어 등 국방예산 확보 문제도 걸려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역미사일방위' (TMD) 구축에 대한 일본의 참여를 추진중인 미 군부측도 '미사일' 쪽에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 향후 한.미.일 공조대응 = 3국은 "위성이라고 하더라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능력이 입증된 것은 동북아에 위협" 이라는 판단 아래 21일 뉴욕에서 3국 외무장관 회담을 개최한다.

다음달 북.미 미사일회담에서 북한 미사일의 '개발.배치.수출' 에 제동을 거는 공조방안이 논의된다.

반면 유엔 안보리에서의 제재는 일본 재무장을 우려한 중국의 '북한편들기' 와 미측의 '위성' 결론으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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