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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 이탈리아 아멜리오 황금사자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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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14일 막을 내린 제55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사자상은 이탈리아의 중견감독 잔니 아멜리오 (53) 의 '그들은 이렇게 웃었다, 원제 Cosi Ridevano' 에 돌아갔다.

주최국인 이탈리아 감독이 황금사자상을 차지한 것은 지난 88년 에르만노 올미 감독 이후 10년만의 일이다.

감독상인 은사자상은 '언더그라운드' '집시의 시간' 등으로 유명한 보스니아 출신인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 가 차지했다.

최근 국내에 '여름이야기' 로 소개됐던 프랑스의 원로 에릭 로메르감독의 계절이야기 시리즈 종결편인 '가을이야기' 는 시나리오상을 타는데 그쳤다.

남우 주연상은 미국 영화 '헐리벌리' (감독 토니 드레이잔)에서 신경질적인 배역을 멋지게 소화한 숀 펜, 여우 주연상은 '방돔 광장' (감독 니콜 가르샤)에서 알콜중독에 걸린 미망인 역할을 한 프랑스의 카트린 드뇌브에게 각각 돌아갔다.

심사위원 특별상은 인종과 계급, 권력과 돈.언론의 관계를 풍자적으로 그린 '불워스' 에서 감독.주연한 미국의 워렌 비티가 수상했다.

이 밖에 촬영상 (루카 비가지, '배나무' ).특별상 (루치안 파델리아, '최후의 낙원' ).신인연기상 (니콜로 센니, '최후의 낙원' ) 등은 모두 이탈리아에 돌아갔다.

한편 올해 처음 집행위원장 (임기 2년) 을 맡아 영화제를 이끌어 온 펠리체 라우다디오가 수상작을 발표 한 뒤 곧장 위원장직을 사퇴해 그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 그는 "각종 영화제에 출품되는 작품 수와 상이 너무 많다" 면서 관객들이 선정하는 최고영화상 외에는 모든 상을 폐지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황금사자상을 둘러싼 잡음때문에 사퇴했을 가능성이 높다.

황금사자상이 이탈리아 감독에게 돌아가리라는 소문은 영화제 기간 내내 따라다녔다.

그래서 프랑스등 일부 유럽국가들은 "이탈리아가 자국 감독에게 대상을 주기위해 비싼 돈을 들여 영화제를 열고 있다" 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실제로 현지 언론들은 아멜리오와 쿠스타리차 감독과 함께 로메로의 '가을이야기' 를 유력한 대상후보로 꼽고 있었다.

특히 '가을이야기' 는 기자단 투표에서 '올A' 를 받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는 것. 결국 라우다디오가 사퇴 한 건 로메로의 작품이 탈락하고 소문대로 이탈리아 감독이 수상한 데 따른 내외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게 아니겠는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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