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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아, 이란 골문도 열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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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02년 10월 10일 부산 구덕운동장.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강전에서 만난 한국과 이란은 120분의 사투를 0-0으로 마감했다. 이어진 승부차기. 한국의 두번째 키커 이영표의 발을 떠난 공은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왔다. 순간 이동국은 얼굴을 감싸며 주저앉았다.

그해 6월 월드컵 무대에 서지 못했던 수모를 이동국(사진)은 그 경기 직전까지 조금씩 갚아가고 있었다. 개막전부터 8강전까지 네 경기 연속골 행진. 그러나 이란전에서 진 뒤 "이동국이 골을 못 넣어 졌다"는 비난이 날아들었다. 그리고 이어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 시절 그는 '잊혀진 존재'가 됐다.

그런 그를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깨워냈다. 본프레레 감독은 그를 다시 최전방에 세웠다. 바레인전(10일)에서 이동국은 본프레레 감독에게 데뷔골을 선물했다. 이후 다섯 경기에서 4골. '돌아온 천재'가 된 것이다.

31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열리는 이란과의 아시안컵 축구대회 8강전에서 이동국은 다시 최전방에 선다. 2년 전 아시안게임의 구원을 풀 기회다. 현재 3골로 득점선두를 달리는 그는 두 대회 연속 득점왕에도 도전한다.

이동국으로서는 차두리와 호흡이 잘 맞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쿠웨이트전에서 터진 이동국의 두 골은 모두 차두리의 도움을 마무리한 작품이었다. 이란과의 8강전에서도 본프레레 감독은 차두리-이동국으로 이어지는 공격카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아시안컵에서 한국과 이란만한 라이벌은 없다. 역대전적은 7승3무6패로 한국이 약간 앞서지만, 아시안컵에서는 2승2패로 팽팽하다. 둘다 아시안컵 본선 최다진출국(10회)이다. 더욱이 지난 두 대회(1996년 태국, 2000년 레바논)에 이어 이번까지 세번 연속 8강전에서 맞닥뜨렸다.

이동국은 "중요한 경기는 이제부터다. 아시안게임 때 승부차기로 진 빚을 반드시 갚겠다"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본프레레 감독은 "선수들 모두 이겨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잘 돼 있다. 최선을 다해 준결승에 오르겠다. 선수들 간 협력 플레이를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한편 30일 먼저 열린 8강전에서 중국과 바레인이 이라크와 우즈베키스탄을 각각 꺾고 4강에 선착했다. 중국은 이라크를 3-0으로 이겼다. 이에 따라 한국이 이란을 이길 경우 다음달 3일 베이징에서 중국과 준결승을 치르게 됐다. 우즈베키스탄을 승부차기로 이긴 바레인은 일본-요르단의 8강전 승자와 같은 날 지난에서 결승 진출을 다툰다.

장혜수 기자

*** 바로잡습니다

7월 31일자 14면 아시안컵 축구 기사 중 1996년 아시안컵은 태국이 아닌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렸기에 바로잡습니다. 태국 대회는 1972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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