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황순하의 자동차 문화 읽기] 현대차 ‘렉서스의 성공’을 벤치마킹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사실 현대차는 내부적으로 새로운 고급 브랜드의 출시를 심도 있게 검토했으나, 여러 사정에 의해 중단됐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부터 준비해도 2년은 걸릴 것이고, 세계 경제 회복 속도를 감안하면 현시점에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급 브랜드로 성공하려면 차종 개발, 판매망 구축, 마케팅 분야에서 노력해야 한다.

가장 중요하고 돈도 가장 많이 들어가는 건 차종 개발이다. 에쿠스로 고급 브랜드의 차종 개발은 거의 완료됐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제너시스, 제너시스 쿠페, 베라크루즈 같은 상급 차종들의 모델 변경 시점에 맞춰 에쿠스를 대표 차종으로 하는 고급 브랜드를 출시한다면 차종은 충분하다. 1989년 도요타도 LS400, ES250 두 차종만으로 렉서스라는 고급 브랜드를 만들었다. 렉서스의 성공 요인으로는 미국의 신흥 부유층을 타깃으로 정하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니즈를 조사한 뒤 이에 맞춰 제품을 개발했다는 점이 손꼽힌다.

GM이 전체 딜러의 40%을 정리하는 등 미국 빅3가 판매망을 축소하는 지금이 오히려 우수한 딜러를 확보할 수 있는 적기다. 수십 년간 큰돈을 굴리며 여러 브랜드의 차량을 판매해온 딜러들이 빅3의 경영위기로 인해 취급하던 브랜드가 없어지거나 판매가 급감할 경우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70년대 오일쇼크로 침체됐던 경기가 80년대 중반 이후 회복되는 시기에 맞춰 도요타가 미국에서 렉서스 딜러를 모집했다. 500만 달러에 달하는 초기투자 부담에도 불구하고 딜러들이 서로 하겠다고 덤벼들었던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는 새로운 판매와 애프터서비스의 지원 시스템만 설치하면 된다. 새로운 쇼룸이나 정비센터 같은 실물 투자는 딜러들이 할 것이다.

그래서 마케팅이야말로 현대차가 과감히 투자를 감행해야 하는 분야이다. 도요타 렉서스처럼 새로운 고급 브랜드의 미국 내 타깃 소비자층을 구별해 내고, 그들의 취향에 맞춘 광고와 판매 전략을 출시 초기에 집중해야 한다. 렉서스가 출시 초기에 마케팅에만 2000만 달러를 썼다. 이후 미국 내 광고에만 연 5000만 달러씩 쓴 것을 볼 때 투자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고급 브랜드 출시는 현대차가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 창출을 위해 반드시 선택해야 할 길이다. 판매 대수로는 도요타 전체 판매량의 5% 정도에 불과한 렉서스가 전체 수익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강성 노조와 종업원 고령화로 인한 인건비 상승을 고민하고 있는 현대차로서는 좋은 대안일 수 있다.  

황순하 자동차 평론가·전 아더앤더슨컨설팅 자동차 산업 파트너·현 GE코리아 전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