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현대차는 내부적으로 새로운 고급 브랜드의 출시를 심도 있게 검토했으나, 여러 사정에 의해 중단됐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부터 준비해도 2년은 걸릴 것이고, 세계 경제 회복 속도를 감안하면 현시점에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급 브랜드로 성공하려면 차종 개발, 판매망 구축, 마케팅 분야에서 노력해야 한다.
가장 중요하고 돈도 가장 많이 들어가는 건 차종 개발이다. 에쿠스로 고급 브랜드의 차종 개발은 거의 완료됐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제너시스, 제너시스 쿠페, 베라크루즈 같은 상급 차종들의 모델 변경 시점에 맞춰 에쿠스를 대표 차종으로 하는 고급 브랜드를 출시한다면 차종은 충분하다. 1989년 도요타도 LS400, ES250 두 차종만으로 렉서스라는 고급 브랜드를 만들었다. 렉서스의 성공 요인으로는 미국의 신흥 부유층을 타깃으로 정하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니즈를 조사한 뒤 이에 맞춰 제품을 개발했다는 점이 손꼽힌다.
GM이 전체 딜러의 40%을 정리하는 등 미국 빅3가 판매망을 축소하는 지금이 오히려 우수한 딜러를 확보할 수 있는 적기다. 수십 년간 큰돈을 굴리며 여러 브랜드의 차량을 판매해온 딜러들이 빅3의 경영위기로 인해 취급하던 브랜드가 없어지거나 판매가 급감할 경우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70년대 오일쇼크로 침체됐던 경기가 80년대 중반 이후 회복되는 시기에 맞춰 도요타가 미국에서 렉서스 딜러를 모집했다. 500만 달러에 달하는 초기투자 부담에도 불구하고 딜러들이 서로 하겠다고 덤벼들었던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는 새로운 판매와 애프터서비스의 지원 시스템만 설치하면 된다. 새로운 쇼룸이나 정비센터 같은 실물 투자는 딜러들이 할 것이다.
황순하 자동차 평론가·전 아더앤더슨컨설팅 자동차 산업 파트너·현 GE코리아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