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 받아본 시어머니들의 충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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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신부가 혼수를 준비하는데 있어 가장 신경이 쓰이는 사람은 바로 시어머니. 시어머니들이 예단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최근 둘째아들을 결혼시킨 김원희 (金源姬.59) 씨는 "첫아들 장가보낼 때는 경험이 없어 남들이 '받아야한다' 는 것을 다 받았지만 둘째 때는 예단을 이것저것 해오는 것을 극구 말렸다" 고 말한다.

첫째 때 받았던 이불.보료 등이 무용지물 (無用之物) 로 집안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기 때문. 무겁고, 세탁비 비싸고, 처분하자니 아까와 벽장 안에 '모셔두게' 되는게 이불.보료다.

예단을 받아 본 시어머니들은 이불.보료를 '필요없는 예단의 첫번째 항목' 이라고 말한다.

이밖에 "한복감을 받았는데 바느질 삯 때문에 부담스러웠다" (홍제동 이정선씨) , "금도금 식기세트를 받았는데 조심스러워 안 쓰게 된다" (김천시 박내수씨) , "여우목도리를 받았지만 하지않는다" (논현동 신춘자씨) , "병풍을 받았지만 아파트 살림이라 쓰지않는다" (수서동 강원자씨) 는 등 상당수 시어머니가 예단으로 받은 물건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무조건 기존의 예단 항목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시어머님의 살림 형편을 미리 알아 조정하는 것도 한 방법. 분당에 사는 주부 김양희 (29) 씨는 시어머니께 사고 싶은 물건과 파는 장소를 여쭈어 예단을 준비했다.

많은 예비 시어머니들이 해외여행권,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는 일반 고급 의류, 반지 같은 귀금속류를 더 좋아하는 경향이니만큼 이를 고려해 볼만하다.

물론 시어머니와 충분한 의논이 전제되어야 한다.

한편 많은 시어머니들은 "불필요한 물건보다는 현금으로 교환하는 것이 경제적" 이라고 조언한다.

양가에서 의논해 적당한 금액을 교환하는 식이다.

그러나 '정성이 없어보여 싫다' 는 시어머니들도 있어 '돈 예단' 은 특히 시어머니 될 사람과 '교감' 이 필요할 듯 싶다.

어쨌든 시어머니들도 알뜰 혼수를 위해 불필요한 예단을 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추세. 그러나 물건이든 현금이든 먼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바탕으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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