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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신 아버지 신재호씨의 '지도'철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자네는 다 큰 아들이 회사에 취직해도 도시락 싸들고 사무실로 찾아가 일을 잘하고 있는지 지켜볼 생각인가?" 펄 신의 아버지 신재호 (59) 씨는 "딸의 대회를 찾아가보지 않느냐?" 고 묻는 사람들에게 항상 이렇게 대답한다.

이 말 속에는 한번쯤 되새겨볼 만한 신씨의 철학이 담겨있다.

성공적인 프로골퍼들의 뒤에는 항상 부모가 버티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슈퍼 루키' 박세리에는 아버지 박준철씨가 있고, '골프 천재' 타이거 우즈에게는 아버지 얼 우즈가 있다.

펄 신도 마찬가지다.

펄 신이 골프와 인연을 맺은 것도 아버지 때문이며, 20년 넘게 그녀를 음으로 양으로 지도해온 코치도 아버지다.

77년 미국으로 이민온 뒤 골프장에서 식당을 경영하던 아버지를 따라다니다 골프장에서 놀며 골프를 치게 됐다.

또 당시 핸디캡 3이었던 아버지에게 소질이 발견돼 집중지도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씨는 절대 앞에 나서지 않는다.

대학시절 펄 신이 미국 아마추어 골프무대를 석권할 때도 절대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았다.

프로로 전향한 뒤에는 더욱 뒤로 물러섰다.

골프를 직접 지도하려 들지도 않았고, 지난 8년동안 딸의 대회를 직접 찾아간 것도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펄 신은 10세 때부터 미국에서 성장한 탓에 문화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나보다 훨씬 더 미국 생활에 익숙하다. 또 이제는 나보다 골프도 더 잘 치고, 더 많이 안다. 내가 나서면 오히려 짐이 될 뿐" 이란 설명이다.

그래서 펄 신이 티칭프로에게 기술을 배워오면 제대로 연습하고 있는지 확인해줄 뿐 절대 필요 이상의 조언을 하지 않는다.

현재 나이키투어에서 활약중인 찰리 위 (27.한국명 위창수) 를 지도하는 등 자신도 현역 티칭프로지만 "각자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고 강조한다.

내 딸은 프로골퍼인 만큼 프로골프대회는 분명 딸 아이의 직장이란 그의 판단이다.

LA지사 = 허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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