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북핵 문제를 놓고 ‘포괄적 패키지’의 윤곽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방한 중인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0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났다. “두 사람은 북핵 문제는 양국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진행하되 종래와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고위 외교 당국자가 전했다. 이 당국자가 언급한 ‘종래와 다른 접근’은 포괄적 패키지를 뜻한다.
그는 “(포괄적 패키지는) 완벽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위한 모든 요소가 들어가는 것”이라며 “(북한에서) 비핵화의 큰 조치가 있다면 북·미 국교 정상화까지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북핵 접근법은 단계적·부분적 방식이었다. 북한이 단계적으로 핵 폐기를 향해 가면 이에 상응하는 단계적 보상을 해주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 당국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제는 ‘합의→보상→북한 반발→설득→재합의’ 식의 지지부진한 반복을 탈피해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완전 폐기와 대북 경제 지원, 북·미 관계 정상화 등을 동시에 올려 한번에 해결하는 방식이다. 캠벨 차관보는 이날 오전 국내 중견 언론인과 조찬간담회에서 “평양이 핵 없는 한반도로 돌아가는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한다면 나머지 6자회담 당사국들은 포괄적 패키지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포괄적 패키지’ 방식은 한국 정부의 북핵 접근법과도 일치한다. 이미 지난달 16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대통령 사이에 교감이 있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이날 전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미온적으로 제재하고 보상을 되풀이하는 과거 방식에서 탈피, 실질적 핵 폐기와 보상을 연계한 패키지 안을 6자회담 참가국 중 북한을 뺀 5개국이 먼저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이를 재확인하며 “정상회담 당시 오바마 대통령도 이런 패키지 안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으며, 당시 미국 측 핵심 관계자는 ‘그랜드 바게닝(Grand Bargaining)’이란 표현을 썼다”고 덧붙였다. 포괄적 패키지라는 윤곽은 나오고 있지만 여기에 담길 구체적 내용은 관련국 간 협의로 만들어질 전망이다.
◆“북한은 버릇 없는 아이”=인도를 방문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0일 ABC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북한은 버릇 없는 아이와 같다”며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얻으려 하는 건 끊임없는 관심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키워본 내 경험으로 보면 그런 아이는 관심 받을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못하지만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이 (북한의 위협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병건·남궁욱·이충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