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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라운지] 주한 외국인 스터디 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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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지난 5월 주한 독일대사관 4층 회의실에서 열린 ‘저먼 아워’엔 30여명이 참석했다. 미카엘 가이어 독일대사(오른쪽에서 다섯째)와 폴 에커트 로이터 통신 서울 특파원(오른쪽에서 셋째)이 눈에 띈다. [주한 독일대사관 제공]

주한 외교관과 비즈니스맨들에게 한국은 연구하고 공부해야 할 대상이다.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서는 한국사회를 꿰뚫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 생긴 것이 외교가의 스터디 그룹이다. 한국의 맛집 정보에서 시작해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고급 정보가 오가는 마당이다. 친선을 위해서건 설득이나 경쟁을 위해서건 상대방을 아는 게 가장 기초적인 출발점이다.

# 아린(AHRIN)

아린은 서울 외교가에서 가장 오래된 한국 스터디 그룹이다.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클럽 이름은'나를 뜻하는 아(我)'와 '이웃을 의미하는 린(隣)'을 합쳐 만들었다. 한국과 이웃 나라들이 친구로 지내자는 의미다. 현재 미국.독일.영국.스페인 등 30여개국의 주한 외교관 100여명과 한국의 교수.언론인 200여명 등 총 300여명이 회원이다.

아린의 운영위원회는 여문환 사무국장을 비롯해 마이클 리처드슨.람리 야팀 말레이시아 대사관 일등서기관, 문천상 아시아재단 연구원 등 9명이 맡고 있다. 운영 경비 대부분은 회비(3만원)로 충당하고 있다. 주제발표를 하는 외부강사들은 모두 무료 봉사다.

회합 장소는 서울 종로 교보빌딩 2층 프랑스 레스토랑 라브리 (Labri)를 주로 이용한다. 6월 29일 열린 81회 월례포럼에서는 '주한 미군 재배치와 한.미동맹의 미래'를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영국 킹스 칼리지를 졸업한 후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여문환(37.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석연구원)사무국장은 "국가나 개인이나 친구가 많을수록 좋은 법"이라며 "아린은 서울에 주재하는 외교관의 공부방 역할을 톡톡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저먼 아워(GERMAN HOUR)

저먼 아워는 주한독일대사관의 주도로 발족한 외교관 중심의 스터디 그룹이다. 가장 큰 특징은 모든 발언과 토론 내용을 철저히 비공개로 한다는 것. 허심탄회한 토론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모임은 2개월에 한번씩 용산구 동빙고동에 위치한 독일대사관 4층 회의실에서 열리며 30여명의 외교관이 참석한다.

회의는 미카엘 가이어 독일대사가 1~2분간 발표자를 소개한 후 바로 주제발표와 자유토론으로 이어진다. 직설적인 질문도 마구 쏟아진다. 최근 발표자로 초청된 한국 언론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하는 언론개혁이 옳으냐", "한국기자들은 아직도 취재원으로부터 돈을 받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동안 주제발표를 한 사람 중에는 박진 한나라당 국회의원, 최영진 전 외교안보연구원장, 폴 에커트 로이터 통신 서울특파원 등이 있다.

# 세계경영연구원포럼(IGMF)

세계경영연구원(이사장 전성철)이 주한 다국적기업의 CEO 회원들을 위해 마련하는 자리다. 지난해 4월부터 월 1회 열리고 있다. 회원은 25명으로 연구원의 엄격한 심사를 거친 다음에야 받아들여진다.

마이클 징크 씨티뱅크 서울지점장과 홍콩상하이은행의 릭 퍼드너 서울 지점장, 독일 지멘스 한국법인의 조세프 윈터 사장,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웨인 첨리 지사장, 애플 컴퓨터의 앤드루 세즈위크 사장 등 세계적 대기업 지사의 대표가 포함돼 있다. 현직 장관과 국회의원 등 국내 오피니언 리더들이 돌아가며 강사로 참석, 약 2시간에 걸쳐 주제발표와 토론을 한다. 국내 정치.경제 분야의 중요 정보를 교환하다 보니 포럼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외부인사의 포럼 참관은 물론 취재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정재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 출신의 문성현 민주노동당 경남 도당대표가 강사로 참석, 회원들과 한국 노사문제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전성철 이사장은 청와대에서 노조지도자에 이르기까지 회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의 강사들을 초빙하고 있다면서 간혹 강사들이 회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곤혹스러워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꾸로 이들이 외국 기업 CEO들의 생각을 파악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된다고 설명했다.

최원기.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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