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행 리스트 '판도라 상자' 열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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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일 검찰에 자진출두해 구속된 한나라당 이신행 (李信行) 의원 사건은 다른 정치인 사건과는 사뭇 달리 정치권에 또다른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개인비리가 드러난 오세응.백남치의원 등의 경우 당사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검찰수사의 궁극적 목표다.

그러나 李의원의 경우는 당사자 사법처리에서 더 나아가 그를 통해 또다른 정치인들의 비리를 캐겠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은 이미 기아그룹이 李의원을 통해 과거 여당 정치 실세들에게 상당한 금품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앞으로 李의원을 상대로 ㈜기산 사장 시절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으로 드러난 비자금 43억여원의 사용처를 집중 조사할 보인다.

그동안 검찰이 진행해온 계좌추적 결과에 李의원의 진술까지 보태진다면 정치권엔 당분간 과거 '정태수 리스트' 처럼 '이신행 리스트' 파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검찰이 이처럼 李의원의 정치권 로비 혐의를 캐는 것은 정상적 기업이 몇몇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주어온 사례들과는 달리 대주주가 아니었던 기아그룹 김선홍 (金善弘) 전회장측이 경영권 유지에 정치권의 힘을 빌리기 위해 과거정권 실세들에게 대규모 금품공세를 펼쳤다는 단서를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같은 검찰의 판단이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난다면 최근의 정치권 사정과 관련,가장 많은 현역의원 희생자가 바로 李의원 수사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이신행 리스트' 에는 K의원 등 야당 중진이 대거 포함돼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으며 국민회의 김영환 (金榮煥) 정세분석실장은 최근 기아그룹 비자금 46억원이 92, 96년을 전후해 당시 여당의원 4명에게 건네졌다고 주장했었다.

한편 대검 중수부의 한 관계자는 李의원 구속 직후 "李의원이 구속됐다고 바로 돈을 받은 정치인들의 이름을 진술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며 "결국 검찰이 제시한 증거와 李의원의 버티기 작전 가운데 어느 것이 승리하느냐에 수사의 성공여부가 달려 있다" 고 말했다.

李의원은 2일 국회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 '이신행 리스트는 없다' 며 검찰에 대해 배수진 (背水陣) 을 친 상태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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