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 TV반덤핑 철회는 '한국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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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 8월27일 미국 상무성은 삼성전자 컬러 텔레비젼에 내렸던 반덤핑 판정을 15년만에 철회했다.

돌이켜 보건대 특정업체의 문제를 떠나한미 양국의 무역사에 꼭 기록되어야할 특별한 사건이라 할만하다.

잘 알다싶이 미국 컬러 텔레비젼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치열하고 지독한 시장이다.

한국산 텔레비젼에 대한 반덤핑 제소는 지난 83년에 처음 제기됐다.

이 당시 삼성을 포함, 다른 한국기업들은 현지제조업체 노조의 정치공세 속에 덤핑 여부에 대한 살벌한 조사를 받아야 했다.

결과는 예상했던대로 였다.

삼성은 15%라는 고율의 덤핑 판정을 받았으며, 다른 한국 제조업체들의 사정도 마찬가지 였다.

삼성은 통상교섭팀을 만들어 법정투쟁에 들어갔고, 노조의 방해를 무릅쓰고 10년 가까이 법정 소송을 벌여 주요 핵심 사안에 대해 완벽한 승리를 거두는데 성공했다.

중요한 것은 상무성이 최초에 15%라는 덤핑 판정을 내렸음에도 한국기업이 상무성을 상대로 자기 주장을 전개했으며, 법정 싸움도 불사했다는 점이다.

노조들은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왔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 행정부의 재심이 진행되는 가운데 삼성은 85년부터 91년까지 6년동안 어떤 덤핑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법원과 상무성에 입증했다.

삼성은 재심 요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93년 상무성에게 반덤핑 판정 자체를 철회해줄 것을 요구했다.

6년동안 덤핑을 하지 않았으며, 한국에서의 직수출을 중단한 이상 미국의 반덤핑법안 및 세계무역기구 (WTO) 의 지도원리에 따라 반덤핑 판정이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대해 미 상무성은 철회요구를 거부했고, 노조는 95년에 새로운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이 LG, 대우와 함께 멕시코에서 컬러 텔레비젼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우회덤핑' 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은 '우회덤핑' 소송을 2년 동안 치뤘는데, 상무성이 최종 결정을 내리기 하루 전날 노조는 자신들의 주장을 전격 철회했다.

상무성의 태도는 한국정부가 WTO에 공식 제소한 지난 여름에 이르러서야 바뀔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 관리들은 제네바에서 삼성은 지난 85년부터 97년까지 덤핑을 하지 않은 삼성에 대한 덤핑판정은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 97년12월31일 상무성은 삼성에 대한 반덤핑판정을 철회한다는 내용의 예비판결을 내렸다.

상무성이 최종 판결을 내리는데는 8개월이 더 소요됐다.

마침내 지난 8월27일 삼성은 최종 승리를 거두었다.

이 사건은 한국 기업과 정부가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할 할일은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민관이 똘똘 뭉치면 보호주의는 맥을 못추게 된다.

물론 싸우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와 헌신이 요구된다.

미국 역시 귀중한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가까운 무역 상대방인 한국 역시 불공정한 대접을 받으면 자국과 기업을 위해 언제나 분연히 일어난다는 점을 깊이 깨달았을 것이다.

김석한(재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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