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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노이지 마케팅’만 도와주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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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정말 그런 것 같다. 2007년 12월 김포외국어고 입시 문제를 유출했던 서울 목동의 한 학원이 대표적이다. 학원장과 교사가 짜고 입시 문제를 빼돌려 수험생에게 알려준 사건이었다. 명백한 범죄행위다. 물론 관련자는 사법 처리되고, 학원은 등록이 말소됐다. 그럼 학원은 망했는가. 그 학원은 간판만 바꿔 달고 다시 영업을 했다. 다른 사람 명의로 문을 열면 법적 하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 손님이 더 몰렸다. “문제를 빼낼 정도로 특목고 입시 대비에 철저하다”는 입소문이 퍼진 것이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교육당국은 학원 좋은 일만 시켜놓고도 최선을 다했단다. 허술한 법은 손도 안 댄다.

2009학년도 수능 성적 분석 자료 사전 유출 사건도 그랬다. 성적 공식 발표일 하루 전에 한 사교육업체가 분석 보도자료를 냈다. 경쟁업체보다 빨리 정보를 제공해 유명세를 탈 속셈이었다. 교육·수사 당국이 발칵 뒤집혔다. 유출 경위 철저 수사와 엄벌을 외쳤다. “수능 관리 서버가 뚫렸다” “교사가 업체에 자료를 넘겼다” “대가성이 있었다”…. 요란을 떨었지만 용두사미로 끝났다. 업체나 교사도 무탈했다. 그 사이 해당 업체는 전국구 ‘스타’가 됐다. 요즘 불황에도 승승장구 중이다.

온라인 교육업체 메가스터디의 ‘문제풀이 동영상’ 사건으로 학원가가 시끄럽다. 경찰은 메가 측이 고교 학력평가 문제지를 사전에 입수해 동영상을 만든 혐의로 압수수색을 했다. 문제지는 현직 교사 두 명이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대가성이 없고, 학생에게 문제지가 유출되지 않았다면 어떤 책임을 물을지 궁금하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생존경쟁을 벌이는 사교육의 상술과 교사의 불감증, 허술한 규정이 빚어낸 합작품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수능과 모의고사 날, 학원들은 매 교시 종료 후 분석을 내놓는다. 문제풀이도 신속하다. 시험지를 먼저 입수한 곳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학원-교사 커넥션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학교는 어떤가. 시험지를 먼저 뜯어보고도 분석을 못한다. 시스템도, 열정도 없다. 만일 학교의 실력·정보력·경쟁의식이 사교육을 앞지른다면, 누가 학원에 매달리겠는가. 학교가 그런 시스템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게 정부의 몫이다. 돈도 많이 들 것이다. 세금은 그런데 써야 한다.

학원의 ‘노이지 마케팅’만 도와주는 아마추어 행정도 고쳐야 한다. 규정은 엄격히, 집행은 추상 같이 해야 한다. 요란했던 사교육 대책이 본질은 외면한 채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로 끝날까 걱정돼서 하는 말이다.

양영유 교육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