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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서 밝힌 한나라당 대선자금 마련 방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검찰의 사정 수사가 15대 대선자금으로 확대되면서 당시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모집에 당시 국세청장이 개입한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국세청이 대선자금 모집에 동원된 것은 과거에도 전례가 있어 96년 초 전두환 (全斗煥) 전대통령 비자금사건 수사과정에서 13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성용욱 (成鎔旭) 국세청장이 11개 기업으로부터 54억여원을 불법 모금한 사실이 밝혀져 사법처리됐었다.

이번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2개의 루트를 통해 선거자금을 마련했다.

민간기업들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공기업에 대해서는 안기부가 각각 주도적으로 나서 선거자금을 받은 뒤 한나라당 사무처 또는 당시 이회창 (李會昌) 후보의 측근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검찰이 밝힌 큰 틀이다.

검찰에 따르면 국세청의 자금 모금작업은 李후보의 핵심 측근인 서상목 (徐相穆) 대선기획본부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徐의원은 지난해 11월 고교 동기인 이석희 (李碩熙) 당시 국세청차장을 찾아가 "기업주를 국세청으로 불러 한나라당에 선거자금을 제공토록 해달라" 고 요구했다.

李전차장은 이를 승낙한 뒤 임채주 (林采柱) 당시 국세청장에게 보고했으며 두 사람은 이후 대선자금 제공을 요청할 기업들을 나누어 맡아 11월 중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林전청장은 11월 18일 국세청장실에 동아건설 유성용사장을 불러 한나라당에 5억원을 지원할 것을 요청한 뒤 이틀 뒤 동아생명 지하주차장에서 자신이 지정한 승용차 트렁크에 현금 5억원이 들어있는 가방 2개를 넣도록 하는 '007' 식 수법으로 徐의원에게 전달했다.

林전청장은 극동.대우.SK 관계자들에게도 같은 방법으로 돈을 요구한 뒤 해당기업이 플라자호텔에서 한나라당측 인사에게 돈을 전달하게 했다.

10억원을 제공한 현대그룹은 李전차장이 나서 徐의원에게 전달했다.

한편 숫자가 적은 공기업의 대선자금 모금은 안기부가 주도했다.

원구연 전 안기부 대공정보실 단장은 지난해 12월 대선 직전 상부의 지시를 받고 한국통신.한국중공업 등 일부 공기업 총무담당자 등을 불러 한나라당 선거자금을 김태호 (金泰鎬)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공기업은 한나라당 당사로 직접 金의원을 찾아가 1억~2억원을 건넸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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