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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핵추진 잠수함, 발해만 인근서 감시·감청 작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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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호 03면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후폭풍이 거센 만큼 대북 감시활동도 강화됐다. 수중의 비밀병기인 잠수함은 그 은밀성 때문에 그런 감시활동에 적격이다. 미국 잠수함의 대북 정보작전의 최근 단면을 중앙SUNDAY가 포착했다. 왼쪽 사진은 정보·첩보전에 능한 미국의 시울프급 공격형 핵잠수함 SSN-22 코네티컷, 오른쪽은 한국의 209급함 소형 잠수함. [중앙포토]

북한의 핵실험 이후 장거리 로켓 발사로 긴장이 고조되던 6월 미국이 대북 정보 수집을 위해 동해로는 함흥, 서해로는 중국의 발해만 인근까지 잠수함을 보내 심해 정보 작전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함 작전은 동해의 미사일 발사기지인 무수단리와 깃대령, 서해 연안의 동창리와 관련됐으며 한·미 조율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정보 수집에 무인정찰기·군사위성 외에 잠수함 동원 사실이 알려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 서해 동창리로 안테나 돌려라

군 소식통은 “당시 미국 잠수함은 공해 루트를 이용해 동해의 함흥, 서해로는 발해만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잠수함들은 감시·감청 장비를 외부로 가동해 정보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그는 “미군 잠수함들이 북한의 턱밑까지 바짝 들어간 셈”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16일 “북한은 핵무기는 물론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 북한의 어떤 도발도 좌절될 것”이라고 했으며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 사령관도 14일 “과거 한·미 군사작전은 최근 지속되고 있는 북한의 도발에 맞춰 이제는 연습이 아닌 실제 상황에 대한 준비태세를 갖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집중 감시 체계가 가동되고 있다는 뉘앙스다. 이와 관련, 북한의 노동신문은 6월 29일 개인 논평을 통해 “최근 대북 작전용 미군 잠수함들이 태평양 수역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미군 잠수함의 감청·감시 능력과 관련, 소식통은 “한국의 감청 범위가 동남아에 이르며 북한 전투기 조종사들의 대화도 파악할 정도임을 감안하면 미국의 고성능 잠수함들은 더 상세한 정보를 얻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함흥 인근의 깃대령에서는 당시 미사일 발사 준비가 진행 중이었으며 7월 4일 중·단거리 미사일 7발을 발사했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잠수함이 서해로 접근하던 당시엔 평북 철산군에 있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 기지는 움직임이 없었으나 지금은 민감한 지역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4월 이후 원산 별장을 거점으로 장기 체류를 하다 7월 8일 고 김일성 주석 사망 15주기에 참석차 평양으로 오는 중간에 동창리를 들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왜 그랬는지 군 당국이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연내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미국이 투입한 잠수함의 종류는 확인되고 있지 않다. 이름 공개를 거부하는 전 해군 고위 관계자는 “잠수함의 특성은 은밀성에 있다. 한·미 어느 나라도 절대 항해 계획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북해함대 기지 코앞
2009년 5월 발행된 미국 의회 보고서 RL32418에 따르면 미 해군은 핵잠수함으로만 71척을 보유한다. 탄도 핵미사일 ‘트라이던트’ 24기를 탑재한 전략 핵추진 잠수함과 ‘토마호크’ 등 재래식 미사일을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으로 나뉜다. 전략 핵잠수함은 오하이오급(1만6000t)만 14척이다. 이외에 트라이던트 미사일용에서 크루즈미사일용으로 개조된 잠수함(SSGN) 4척, 핵추진 공격함(SSN) 53대가 취역 중이다. SSN은 버지니아급(7900t) 5척, 시울프급(9100t) 3척, 로스앤젤레스급(6000t) 45척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SSN 잠수함의 최우선 업그레이드 과제는 ‘정보수집·감시·정찰’이다. 특히 시울프급은 적국 해역에 잠입해 공격하는 공격적 해상 미사일방어(MD)체계로 평가받고 있으며 시울프(SSN-21), 코네티컷(SSN-22), 지미 카터(SSN-23) 3척이 있다. ‘바다의 암살자’로도 불리는 시울프급 핵잠수함 2척은 2006년 태평양에 배치돼 있으며 한국과 중국 등이 작전 범위에 포함된다. 따라서 대북 작전엔 시울프급이 투입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코네티컷은 2007년 11월 부산항에 입항한 사실이 국내 인터넷 매체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서해는 잠수함 작전이 어려워 미군의 대북 정보작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지적도 있다. 역시 이름 공개를 거부하는 전 해군 고위 관계자는 “위성과 무인 첩보기로 충분히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굳이 수심이 얕아 작전하기도 어려운 서해에서 미국이 대형 잠수함으로 대북 작전을 하겠느냐”고 했다. 잠수함 작전에 적당한 수심은 100m인데 서해 평균 수심은 44m 정도다.

그러나 한국 해양전략 연구소 정의승 이사장은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양환경·조류·수온 등 자연 조건은 잠수함을 탐색하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다. 이 해역에서 잠수함을 찾아 공격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반도 주변 수중 해역은 잠수함 작전의 천국이라 할 만하다”고 자신의 저서 『한국형 잠수함 KSX』에서 지적했다. 군 소식통도 “위험한 것은 맞지만 첩보와 정보 수집을 위해서라면 미군은 위험을 무릅쓴다”고 말했다. 중국의 발해만에는 핵 잠수함을 보유한 중국 북해함대의 두 해군 기지가 있다. 중국 잠수함대는 시울프급과 규모가 비슷한 6000~8000t급 type 093을 주축으로 한다.

한편 외교부 당국자는 “서해에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200해리 개념을 적용할 경우 공해는 없지만 자원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수상선박과 잠수함의 항해는 보장돼 있다”고 말했다.

한·미 ‘잠수함 작전’ 조율 거쳐
미국의 서해 잠수함 작전이 대북 정보 수집만이 아닌 발해만의 중국 북해 함대 정보 수집과 병행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은 2004년 12월 “중국 원자력 잠수함이 2004년 11월 의도적으로 일본 영해를 침범했었다”고 보도했었다. 침범이 고의적이며 실전훈련의 성격을 지녔다는 것이다. 2007년에도 미 해군이 일본 남부와 대만 사이에서 훈련하고 있는 해상을 중국 잠수함이 포착되지 않고 통과해 미 해군을 경악시킨 일이 있다고 당시 해외 언론들은 보도했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서해의 미군 잠수함 작전이 한·미 군 당국의 조율을 거쳤다는 점이다. 군 소식통은 “한국과 미국은 당초 각각 독자적으로 서해 잠수함 작전을 준비했으나 이후 상호 협의 과정을 거쳤으며 그에 따라 미군 잠수함만 투입하기로 조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해군이 운용하는 209급과 214급 잠수함은 소형이긴 하지만 탐지되지 않아왔고 합동 훈련에선 미국 선박을 공격하는 능력을 과시해왔다. 209급은 9척, 214급은 3척이다. 한국이 독일 HDW사로부터 구입한 209급은 이 회사의 차세대 사업인 212급과 214급 잠수함 개발의 길목에서 최고급 성능 개량이 이뤄진 잠수함으로 평가받는다.

209급 한국 잠수함은 1998년 환태평양 해군합동훈련(RIMPAC·림팩)에 처음 참가했다. 당시 이종무함은 13척 격침 기록을 만들었다. 고장도 내지 않았다. 2000년에 참가한 박위함은 상대 선박 11척에 가상 어뢰를 명중시켰고, 2002년에는 나대용함이 출전해 상대 선박 10척에 어뢰를 안겼다. 이 모든 훈련에서 이종무함이 P3C 초계기에 몇 분간 한 차례 탐지됐을 뿐이었다.

2004년은 한국 잠수함의 개가를 거둔 해다. 림팩 훈련에 참가한 장보고함은 10만t급 미 해군 최신예 핵추진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를 포함해 적 선박 15척을 격침시켰다. 이지스급 구축함 2척과 이지스급 순양함 2척도 장보고함의 어뢰를 맞았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보낸 일반 구축함 네 척, 한국 해군이 파견한 을지문덕함, 충무공 이순신함도 이 잠수함의 어뢰를 맞았다. 공격을 받지 않은 배는 미 해군 소속 로스앤젤레스급 잠수함 2척뿐이었다. 장보고함이 이런 작전을 펴는 동안 상대 수상선박과 잠수함은 단 1초도 장보고함을 발견하지 못했다. 제독 출신 전 해군 관계자는 “한국 해군의 잠수함 운용은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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