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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주최 수도 이전 대토론회] 제1주제 - 국가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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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가 28일 주최한 수도 이전 대토론회는 젊은 대학생부터 머리 희끗희끗한 노인에 이르기까지 방청석을 가득 메워 국민의 큰 관심을 보여주었다. 김상선 기자

▶ 수도 이전 대토론회는 당초 예정시간을 한시간여 넘긴 28일 오후 6시쯤 끝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김상선 기자

▶ 사회=김정수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찬성 측>

▶ 발제

권용우 성신여대 지리학과 교수

▶ 토론

김진애 열린우리 행정수도추진단장
김형기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진영환 국토연구원 부원장

<반대 측>

▶ 발제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토론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
유우익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정희윤 서울시 수도이전대책연구단장

▶김정수 소장(사회자)=수도 이전을 우리나라, 국가의 미래와 연결해 툭 터놓고 얘기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권용우 교수=상생의 국토 관리는 삼분(三分)정책과 행정수도 이전을 통해 가능하다. 삼분 정책은 중추 기능의 이전, 지역 균형화 정책의 추진, 수도권 지역 기능의 변화다. 지난 30년 동안 수도권으로 인구가 쏠렸던 흐름을 역전시키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지금과 같은 인구 집중으론 수도권에 신도시를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에 60조원이 든다. 이보다 (행정수도 이전이)경제적.환경적 비용이 절감된다. 또 '서울 제일주의'가 크게 완화될 것이다. 행정수도 건설과 영남.호남 등에 공공기관을 이전하겠다는 것은 국토 전체를 새로운 공간 개념으로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

▶최막중 교수=수도는 폐쇄형보다 개방형으로 가야 한다. 통일 한국의 미래는 멀지도 않다. 한반도 전체의 관점에서 동북아 경제 시대에 전략적 입지가 어디냐 하는 견지에서 결정돼야 한다. 수도 이전은 서울 지향적 사고를 타파해야 하겠다는 '한풀이'심리에서 나온 것이고, 상징적인 효과에 초점을 맞춘 것인데 과연 이런 일에 46조원을 써야 하나. 환경오염이나 교통 혼잡을 유발하는 요인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도를 이전하면 오염원을 수도권에서 충청권으로 이동시키는 효과밖에 없다. 수도를 이전하면 충청권에만 혜택이 갈 것이다. 생산.부가가치.고용 등이 다른 모든 지역에서 감소하고, 서울과 충청권 사이의 평택 등 수도권 남부 지역에 거대한 블랙홀이 형성될 것이다.

▶김정수=먼저 수도를 이전하면 수도권 과밀이 해소되는지 토론하자.

▶진영환 국토연구원 부원장=수도권 인구 증가 추세가 우리가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다. 수도권 인구는 500만명에서 2320만명으로 연평균 45만명씩 증가했다. 2010년이면 전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릴 것이다. 이런 추세를 멈추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 행정수도를 건설하는 데 정부 투자는 2010년까지 11조원으로 연평균 5000억~1조원이 든다. 이 정도의 정부 투자보다 더 효과적인 지역 균형 발전 대안이 있는가. 어떤 대안보다 낫다.

▶권용우=지난 40년 동안 여러 방안, 즉 대기업 본사와 대학 이전, 최막중 교수가 주장한 지방 직접투자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추진했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공공기관 이전이 대안이다.

▶정희윤 연구단장=수도권 과밀 문제도 풀고 지역 균형 발전도 꾀해야 한다. 그러나 수도 이전이 최선의 방법일까. 수도 이전 이후 과연 51만명이 옮길까. 과천청사 공무원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65%가 가족과 같이 못 간다고 했다. 재원 조달 때문에 청사를 민간에 매각하면 그 자리에 쇼핑센터 등이 들어서고 더 많은 인구가 들어온다. 수도를 이전하면 수도권 교통혼잡이 2% 정도 줄어든다고 하는데 그 정도면 한달에 승용차 하루 안 타기 운동 효과보다 못하다.

▶진영환=대전 제3청사의 사례를 보니 75%가 대전에 정착했다. 수도권을 오가는 경우는 10%뿐이다. 공공기관 이전까지 합하면 현재 수도권 통행량의 10%가 줄어든다.

▶김정수=수도 이전이 국가 균형 발전에 기여하는가 하는 점에 대해 토론하자.

▶김형기 교수=행정수도 이전은 지방을 살리기 위해 나온 게 아니고, 사실은 수도권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다. 수도권에 집중되니까 지방이 죽고, 지방이 죽으니까 결국 서울도 죽는다.

이젠 서울이 지방을 살려야 하고, 그래서 서울 스스로도 살아야 한다. 이제 몸집을 줄여 서울에서 지방으로 밀어내기를 해야 한다. 또 지방은 끌어당기기를 해야 한다. 밀어내는 행정수도 이전과 끌어당기는 지방 균형 발전 전략이 한묶음으로 가야 한다.

▶유우익 교수=집중의 원인은 서울이 수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앙정부의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강화됐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너무 가까운 곳에 새 수도를 갖다 놓으면 서울과 수도권이 더 커질 것이다. 이를 외연적 팽창이라고 한다. 반면 서울이 가진 민관학(民官學)의 강력한 네트워크는 무너지고 국제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다.

▶김진애 단장='다른 좋은 대안이 있으면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은 성립하지 않는다. 어떤 정책도 100% 완벽한 것은 없다. 다만 여기서 어떤 것을 선택할 수 있느냐다.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경쟁력 제고와 균형발전을 모두 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그렇게 큰 나라도 아니고, 서울의 경쟁력도 세계적으로 높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여러 가지 위험성이 있지만 한번 해보지 않으면 무슨 대안이 있는가. 행정수도 이전이 완벽한 대안이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한번 발상을 바꿔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박형준 의원=분권과 균형발전은 논리적으로 모순이 있다. 중요한 게 분권이고 그 다음이 균형발전이다. 수도 이전이 두가지에 도움이 되면 추진해야 한다. 분권특별법이 있지만 형식적이다. 균형발전론은 중앙집중의 논리다. 중앙정부가 지방의 예산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돼 있다.

▶김형기=국토의 큰 재편이 일어날 것이다. 영호남에 거점이 구축되면 끌어당기는 요인이 나타날 것이다.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에 올해부터 2008년까지 67조원을 투입하기로 돼 있다. 수도가 최종 완성되는 2030년까지는 335조원이 투자된다. 적은 돈이 아니므로 수도권으로만 향하던 행렬이 멈출 것이다. 그리고 영호남 지역은 그대로 살아남을 것이다.

▶유우익=수도 이전이 균형발전에 기여하기 어렵다는 것은 세계적 지역정책 전문가의 얘기다. 서울을 견제한다면서 서울 옆에 새 수도를 만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생산요소를 서울과 새 수도 양쪽으로 빼앗기면서 더 피폐해질 것이다.

▶김정수=수도 이전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까.

▶김진애=서울과 수도권은 앞으로 국내가 아니라 세계와의 경쟁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여기에 와서 투자하고 싶은 곳으로, 일하고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느냐다. 일할 만한 경제적 유인과 환경적(삶의 질) 측면에서의 유인이 중요한데 과연 서울과 수도권에 그만한 매력이 있나. 그렇지 않다. 앞으로 10여년 사이에 대비하고 추진하지 않으면 그나마 세계적인 경쟁이 안 될 것이다.

▶ 최막중=기업하기에 좋은 나라, 투자하기에 좋은 나라를 만들지 못하는 것은 지방의 과도한 규제와 낙후된 투자환경, 노사 갈등 때문이다. 왜 이런 것들을 놔두고 갑자기 수도권 과밀을 원인으로 지목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서울은 고유한 브랜드 가치가 있다. 파리 없는 프랑스, 런던 없는 영국은 생각할 수 없다. 그나마 국제적으로 알려져 있는 도시는 서울이다. 서울이 동북아 경제 중심지가 되는 필수적인 요인이다.

▶ 진영환=수도권과 충청권이 너무 가까워 연담화(맞닿아 도시가 확산됨)될 경우 불균형이 더 심해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서울과 충남 연기는 120㎞나 떨어져 있어 출퇴근하기는 어렵다. 보통 통근권은 80㎞이기 때문이다. 다섯개의 중심도시가 강인해지면 국토의 균형 발전이 된다.

▶ 김형기=총 요소 생산성이나 시스템 효율은 1980년대까지 지방보다 수도권이 10% 이상 높았다. 지금은 불과 1.4% 높다. 수도권은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각종 폐해와 사회적 비용은 그대로 물고 있는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선 전체적으로 보아 행정수도 이전이 가장 강력한 조치라고 본다.

▶ 정희윤=요즘에는 단순히 국가경쟁력이 아니라 대도시 경쟁력을 얘기한다. 예전에 영국.프랑스 모두 국토 균형 발전 전략을 취했었는데 지금은 다 포기했다. 우리보다 소득이 세배 많은 일본에서도 수도권 공장 규제를 다 포기했다. 어쩔 수 없었다.

▶ 김진애=수도권 연담화를 말하는데 앞으로 4반세기 이상 진행될 것은 몇개 대도시와 중소도시들의 네트워크, 다극(多極)네트워크, 남한 사회 전체가 서로 간에 네트워킹(연계)된 도시들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 김정수=수도 이전 비용 얘기를 해보자.

▶ 진영환=그동안 46조원에 대해 검증을 받았다. 우선 비용을 너무 적게 추정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위해 상당히 넉넉히 잡았다. 예를 들어 토지 보상비에 대해 문제 제기가 많았는데 4조6000억원으로 잡았다. 이게 적다고 하는데 후보지 중 값이 가장 높은 곳을 기준으로 후하게 값을 쳐준 것이다. 평균 공시지가를 20만원으로 잡았는데, 막상 공주.연기에 가 보니 5만~6만원으로 예상보다 훨씬 적게 들어간다. 다른 부분에서도 과소 추정의 우는 범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둘째, 45조원이 조달 가능한지에 대해 자꾸 문제 제기를 하는데 이미 말했지만 정부는 11조원만 부담한다. 연평균 5000억원 정도이고 가장 많이 들어갈 때 1조원 정도이다. 정부 예산의 1%면 충분히 감당이 가능한 수준이다. 연간 도로 건설 예산이 16조원이고 고속철에만 18조원이 들어갔다. 재정경제부 등에서 검토했지만 11조원을 투입하는 데는 문제 없다는 결론이 나왔으니 이 부분은 믿어달라.

▶ 박형준=비용 계산에서 빠진 게 있다. 국가 안보 관련 예산이나 광역도로망 예산, 즉 인천공항과 새 수도를 연결하는 도로망 구축 비용이다. 수도 이전은 네트워킹, 상호작용의 체계를 바꾸는 것인데 이것을 건설 비용만으로 보는 것은 문제를 협소화하는 것이다.

▶ 유우익=최대의 문제는 이 정책이 반통일적, 분단고착적이라는 점이다. 서울은 조선 개국시절부터 한반도 전체의 수도다. 추진위에선 통일 뒤에 수도를 어디에 둘지 생각해 보자고 한다. 천년 수도라고 우겨도 될까말까 한데 말이다. 이게 우리나 남한테 설득력이 있겠는가.

▶ 진영환=통일 문제를 얘기하게 되면 사실 상대가 있는 얘기이기 때문에 토론에 한계가 있다. 통일 문제를 가지고 모든 것을 움직일 수는 없다. 그때 가서 국민투표나 국회 의결로 결정하면 된다.

▶ 박형준=서울이 안전하게 비춰지겠느냐 하는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안보.노사문제.기업 불투명성 세가지다. 그런 상황에서 수도 방위에 문제가 생기고 한.미관계가 역동적으로 바뀔 때 국내외에서 서울을 안전하게 보겠나.

▶ 김정수=오늘 토론이 양쪽에서 한걸음씩 다가서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

토론회 특별취재팀=이영렬 경제연구소 기자, 박원갑 조인스랜드 기자, 장세정 경제부 기자, 이승녕 정책기획부 기자, 전진배 사회부 기자

<jeri@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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