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프리·코비 파티 장식 맡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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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16일 오후 특별한 웨딩쇼가 열렸다. ‘더 드림’이란 제목의 이 쇼에선 국내에서 보기 드문 화려한 테이블 장식이 선보였다.

영송 마틴이 겨울을 형상화한 테이블 장식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날 쇼를 준비한 이는 리넨 디자이너 영송 마틴(한국명 송영숙·51)이다. 리넨 디자이너는 각종 파티의 테이블 장식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1979년 미국으로 가 자신의 영문 이름 이니셜을 딴 ‘YS’란 브랜드의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그는 음식평론가인 미국인 남편과 결혼한 뒤 사회활동을 중단했다. 패션과 디자인에 관한 그의 끼는 살림살이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테이블보나 접시, 의자 장식 등에서 묻어나는 그의 감각을 본 지인들이 파티를 준비할 때마다 도움을 요청했다. 결국 그는 2001년 파티 장식품 대여업체인 ‘와일드 플라워 리넨’을 설립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와일드 플라워 리넨은 현재 직원 45명에 연 매출 1억 달러(약 1265억 원)을 올리는 업체로 성장했다. 그는 ‘테이블 스타일링의 연금술사’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유명인사들이 그를 찾았다. 오프라 윈프리, 엘튼 존, 팝스타 어셔 레이먼드, 농구선수 코비 브라이언트가 개인적인 파티나 결혼식 장식을 그에게 맡겼다. 그래미상·오스카상 시상식 리셉션의 테이블 장식도 그의 손을 거쳤다.

성공 비결은 뭘까. 그는 “고정관념을 깨려고 노력한 것이 바로 내가 여기까지 올라오게 된 열쇠”라고 말했다. 틀에 박힌 격식을 파괴한 스타일링이 할리우드 스타들과 미국 상류층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쇼를 준비하며 한국의 예식문화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큰 화환, 식권을 나눠주는 테이블, 우왕좌왕하는 하객들…. 결혼 축하가 아니라 참석과 식사에 더 큰 의의가 있는 것 같아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 전통혼례는 참석한 이들이 한데 어울려 축하하고 흥에 겨워 덩실덩실 춤도 추는 한마당이었는데 어느 때부터 정형화된 듯하다”며 “앞으로 부드럽고 즐거운 결혼식 분위기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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