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보다 이용” … 값 내린 리조트 회원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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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반포동에 사는 김진수(41)씨는 강원도 평창 등지에 체인을 갖고 있는 한 리조트 회원권을 지난달 말 분양받았다. 휴가철이나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쉬거나 골프·스키를 즐기기 위해서다. 가격은 내리고 골프·스키장 등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구미를 당겼다. 김씨는 “예전에는 회원권 값이 비싸 엄두를 못 냈는데 요즘에는 혜택이 많으면서도 값이 싼 레저 상품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레저형 부동산 시장에 경제적 부담이 덜한 실속형이 많이 나와 인기다. 보광휘닉스파크는 회원권 분양가를 20% 내리고 부대시설 이용 혜택까지 주는 상품을 내놓았다.


요즘 콘도·리조트와 같은 레저형 부동산 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분양가를 내리거나 혜택을 늘린 실속형 상품이 많아진 것이다. 3000만원 이상 하던 회원권 분양가는 1000만~2000만원대로 내렸고, 리조트와 골프장 결합 상품이나 일정 기간 회원과 같은 조건으로 리조트를 이용할 수 있는 알뜰 상품도 등장했다. 회원권 분양대행사 BNDRS 김경래 사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1억원을 웃도는 고급 상품이 많았다면 올해는 3000만원을 웃도는 레저용 부동산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진 게 가장 큰 이유다. 최근 몇 년 새 콘도·리조트 회원권 구입 목적이 재테크에서 즐기기 위한 것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에이스회원권거래소 이재원 팀장은 “예전에는 리조트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재테크를 위해 회원권을 사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실제로 사용할 목적이 아니면 분양받지 않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들이 업체들로 하여금 분양가를 내리게끔 만든 것이다. 보광휘닉스파크·한화리조트와 같은 대형사들이 앞장섰다. 보광휘닉스파크는 2500만원 하던 회원권(스탠더드급)을 2000만원으로 내리고 스키장·골프장 등 부대시설 이용 혜택을 준 상품을 내놨다. 한화리조트도 회원권 분양가를 종전보다 20% 정도 내린 1650만원(부산 해운대)에 분양 중이다. 대명리조트는 분양가를 한꺼번에 내면 최고 10%를 깎아 준다.

여러 상품을 결합한 실속형 패키지 상품도 눈길을 끈다. 제주 라헨느리조트는 골프와 리조트를 묶어 2500만원에 내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억원 정도에 팔던 상품이었는데 숙박 일만 줄여 실속형으로 재구성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우남건설도 서산과 안성의 골프장과 리조트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3500만원에 선보이고 있다. 골프장·리조트의 회원권을 각각 사면 1억원 정도가 드는데 이것을 확 내린 것이다. 아파트 전세와 같은 개념의 이색 상품도 등장했다. 금강산콘도는 분양가의 10%인 계약금(53㎡형 286만원)만 내면 10년간 정회원 자격을 주는 상품을 내놨다. 10년 뒤 잔금을 내든지,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값을 회원권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내린 대신 일정 기간만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 판매도 활기를 띤다. 해경성골프는 3년간 중국 웨이하이·옌타이 지역 골프장 9곳과 해경성호텔을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176만원에 선보였다. 이 회사 김용대 부장은 “회원권 구입이 부담스러운 수요자들을 위한 상품으로 골프장 등을 일정 기간 정회원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상품에 대한 수요자들의 반응도 좋다. 보광휘닉스파크 분양팀 유영수 팀장은 “올 들어 분양가 인하 상품을 내놓으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수요자들의 반응이 좋다”며 “상품 판매 이후 많은 사람이 신규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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