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복권판매량이 높은 이유는 뭘까. 한국외국어대학교 유재원(그리스어 전공)교수와 복권위원회 박해정 사무관, 세계복권협회, 그리스 복권업체 등에 따르면 그리스인의 생활패턴은 복권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판대와 복권판매점 등에서 복권을 살 수 있지만 그리스는 가판대는 물론 슈퍼마켓, 복권판매점, 자판기 등 복권을 살 수 있는 범위가 훨씬 폭넓다. 또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복권을 판매할 수 있는 개인영업자가 있어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복권을 살 수 있다. 접근성이 어느 국가보다 용이하다.
그리스에서 가장 발달한 복권은 ‘프로포(propo)’로 AEK 아테네, 파나시나이코스 FC 등 프로축구팀의 승패를 복권으로 내건다. 그리스에서의 축구 열기는 프리미어리그나 세리에 A 등에 못지 않아 국민 대다수가 프로포를 한번 씩은 해봤을 것이라고 한다. 또 그리스의 복권기금 중 상당 금액이 상이군인이나 장애인 등의 복지부문에 쓰이기 때문에 ‘사행성 놀이’라 믿는 국민이 많지 않다. 10~15종에 달하는 다양한 복권 종류가 있는 점도 판매량에 한 몫 한다. 5분에 한번씩, 매일, 2주에 한번씩 추첨하는 복권 등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 민주정치는 국정 운영의 공직자를 추첨으로 뽑는 것이 일반화됐었다. 선출보다는 추첨의 개념이 민족성에서도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또 확률에 근거한 게임이 이때부터 있었다고 한다. 한국은 1969년 한국주택은행에서 발행한 ‘주택복권’이 복권의 효시지만 그리스는 1900년대 초부터 다양한 복권 상품이 있었다.
유 교수는 “1960년대 그리스에서는 이미 복권이 일상생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며 “이곳에서 복권으로 패가망신을 했다거나 병적으로 집착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만큼 그리스인에게 복권은 건전한 오락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GDP 대비 복권판매량 순위는 이탈리아(1.18%), 스페인(1.08%), 프랑스(0.50%), 캐나다(0.39%) 스웨덴ㆍ미국(0.38%), 스위스(0.35%)와 독일(0.32%), 영국(0.28%), 일본(0.24%) 등이었다.
이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