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GDP대비 복권판매량 1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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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최근 30개 주요국의 지난해 복권 판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33억9,18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GDP 대비 0.36%로 조사대상국 중 15위다. GDP 대비 복권 판매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그리스(2.18%)가 차지했다. 한국에 비해 7배 높은 수치다. 인구 1인당 복권 구입액도 그리스가 730.9달러로 가장 많았다.

그리스의 복권판매량이 높은 이유는 뭘까. 한국외국어대학교 유재원(그리스어 전공)교수와 복권위원회 박해정 사무관, 세계복권협회, 그리스 복권업체 등에 따르면 그리스인의 생활패턴은 복권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판대와 복권판매점 등에서 복권을 살 수 있지만 그리스는 가판대는 물론 슈퍼마켓, 복권판매점, 자판기 등 복권을 살 수 있는 범위가 훨씬 폭넓다. 또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복권을 판매할 수 있는 개인영업자가 있어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복권을 살 수 있다. 접근성이 어느 국가보다 용이하다.

그리스에서 가장 발달한 복권은 ‘프로포(propo)’로 AEK 아테네, 파나시나이코스 FC 등 프로축구팀의 승패를 복권으로 내건다. 그리스에서의 축구 열기는 프리미어리그나 세리에 A 등에 못지 않아 국민 대다수가 프로포를 한번 씩은 해봤을 것이라고 한다. 또 그리스의 복권기금 중 상당 금액이 상이군인이나 장애인 등의 복지부문에 쓰이기 때문에 ‘사행성 놀이’라 믿는 국민이 많지 않다. 10~15종에 달하는 다양한 복권 종류가 있는 점도 판매량에 한 몫 한다. 5분에 한번씩, 매일, 2주에 한번씩 추첨하는 복권 등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 민주정치는 국정 운영의 공직자를 추첨으로 뽑는 것이 일반화됐었다. 선출보다는 추첨의 개념이 민족성에서도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또 확률에 근거한 게임이 이때부터 있었다고 한다. 한국은 1969년 한국주택은행에서 발행한 ‘주택복권’이 복권의 효시지만 그리스는 1900년대 초부터 다양한 복권 상품이 있었다.

유 교수는 “1960년대 그리스에서는 이미 복권이 일상생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며 “이곳에서 복권으로 패가망신을 했다거나 병적으로 집착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만큼 그리스인에게 복권은 건전한 오락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GDP 대비 복권판매량 순위는 이탈리아(1.18%), 스페인(1.08%), 프랑스(0.50%), 캐나다(0.39%) 스웨덴ㆍ미국(0.38%), 스위스(0.35%)와 독일(0.32%), 영국(0.28%), 일본(0.24%) 등이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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