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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종현 회장이 걸어온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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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업종선택 등 기업의 모든 결정은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 " SK (구 선경) 그룹을 재계 5위로 키운 고 (故) 최종현회장은 자율경영과 시장경제 원리를 중시하는 경영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책임과 권한을 과감히 위임한다는 경영철학에 따라 회사 서류에 회장 결재란이 없는 것도 유명하다.

또 평소 "사람을 믿고 기르는 것이 기업의 처음이자 마지막 목표" 라고 말할 정도로 인간 위주의 경영원칙을 지향해왔다.

'바른 말' 을 잘 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으면서 문민정부의 대그룹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재계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

崔회장은 지난 30년 경기도수원에서 4남4녀중 둘째 아들로 태어나 수원농고.서울농대를 거쳐 미 시카고대 경제학과를 마치고 귀국, 62년 SK그룹의 모기업인 선경직물 (현 SK상사) 이사로 경영에 뛰어들었다.

지난 73년 선경의 창업자이자 형인 최종건 (崔鍾建) 회장이 갑작스레 사망하자 뒤를 이어 25년동안 그룹을 이끌어왔으며, 자신을 '1.5세대 창업주' 라 불러왔다.

80년에는 대한석유공사 (구 유공) 민영화 과정에서 내로라 하는 재벌을 제치고 인수에 성공, 파란을 일으켰으며 이어 유공해운.유공가스.선경화학.유공옥시케미컬을 차례로 설립해 그룹을 '석유에서 섬유까지' 의 수직계열화 체제로 만들었다.

94년 7월에는 한국이동통신 (현 SK텔레콤) 을 인수, 석유화학과 정보통신이라는 그룹의 양대 축을 완성했다.

문민정부 출범 직전인 93년 2월 전경련회장으로 선임, 지난해 2월까지 3기 연속 회장으로 추대됐으며 이해가 엇갈리는 재계의 목소리를 조율하는데 상당한 역량을 발휘했다.

또 한.일 재계회의를 만들어 다자간 민간경협 채널을 구축하는 데도 기여했다.지난 88년에는 장남인 최태원 (崔泰源) 씨가 당시 대통령인 노태우 (盧泰愚) 씨의 딸 노소영 (盧素英) 씨와 결혼, 눈길을 끌기도 했다.

崔회장은 단전호흡으로 건강을 과시해 왔으나 뜻밖에 지난해 봄 폐암선고를 받고 6월 미국 뉴욕에서 수술을 받았으며 이 와중에 부인 박계희 (朴桂姬) 여사가 간호중 과로로 숨지는 아픔을 겪었다.

귀국후 올해 6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를 끝으로 김우중 (金宇中) 대우회장에게 전경련회장직무대행을 맡긴 후 공식활동을 하지 않았다.

최근까지 워커힐자택에서 기 (氣) 전문가인 안동환씨와 함께 단전호흡을 실천하며 '심기신수련 (心氣身修鍊)' 이란 책을 쓰는 일로 소일해왔다.

한편 가족들은 그의 유언에 따라 최회장을 화장한후 수원 가족묘지에 안장키로 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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