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러시아 지불유예…무역상들 속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그물.밧줄 등 어업용 기자재를 생산, 러시아에 수출하는 부산시 B통산은 러시아의 지불유예 (모라토리엄) 선언 이후 거의 일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러시아 수출 (상반기 2백80만달러) 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 업체는 수출대금을 현금 대신 생선 등 수산물로 받아왔기 때문에 미회수금으로 인한 타격은 적은 편. 가공식품을 납품받아 수출해온 Y물산은 러시아사태로 80만달러의 미회수금이 발생, 당장 문을 닫아야 할 지경에 처했다.

"납품업체는 돈 달라고 아우성인데 어디 가서 돈을 구합니까. " 이 회사 박모 사장은 "뒤늦게 동구권으로 수출을 돌려보려고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고 하소연했다.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중소 제조.무역업체의 '새우등' 이 터지고 있다.

각 무역업체마다 수 십만달러 이상의 미회수금이 발생, 이들에게 물건을 공급해 온 중소제조업체들마저 도산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 현황 = 올 상반기 중 국내 기업의 대러시아 수출은 지난해보다 10.8% 줄어든 7억달러. 이중 7대 종합상사가 2억달러, 기타 업체가 5억달러를 수출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정보력이 앞선 종합상사는 어느 정도 이 같은 사태를 예상하고 지난해보다 수출을 24% 줄여 피해를 최소화했지만 중소기업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앉아서 당한' 경우가 많아 피해가 더 심하다.

상반기 중 50만달러 이상을 수출한 1백77개 업체 가운데 76.8%가 2백만달러 이하를 수출한 중소업체. 무역협회는 수산가공품.식품.섬유.모피.중고자동차.기계.잡화 등의 중소 제조업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러시아와 거래해온 부산.경남지역의 중소 무역상들이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무역협회 부산지부 김용민 과장은 "러시아사태가 계속될 경우 부산.경남지역에서만 1억달러 이상의 수출차질이 예상된다" 고 밝혔다.

◇ 대책 = 러시아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는 현물거래를 계속하거나 동구권 등 다른 지역으로 수출을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상반기 중 3백만달러어치의 가공식품을 러시아에 수출한 부산시 C무역 윤모 사장은 "일부 미수금을 현물로 받는 방안을 강구중" 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 (산업자원부) 는 러시아의 정치.경제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러시아 수출업체에 대한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입장. 업계는 그러나 "대기업의 피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수립을 미루고 있다" 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상대적으로 비싼 러시아지역에 대한 물류비용을 내리고 미회수 수출대금에 대한 한시적인 수출금융지원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