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GS·한화 “투자 늘리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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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은 15일 서울 장교동 본사 사옥에서 김승연 회장과 계열사 대표이사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향후 투자를 대폭 늘리기로 결정했다. 올해 투자액을 당초 계획보다 12% 늘린 1조8000억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또 2009~2011년 3년간 6조5000억원을 방산·에너지 분야 등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한화가 이렇게 투자 규모를 늘린 것은 상반기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개선된 데다 하반기부터 경기가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한화는 올 상반기에 매출 15조6654억원, 세전이익 6467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계획에 비해 매출은 5100억원, 세전이익은 2700억원을 초과한 것이다. 이날 김 회장은 “더 이상 위기경영만 할 수 없다. 다시 미래를 대비한 투자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대기업들이 올 상반기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보이는 등 실적이 예상보다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자 하반기에 투자를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계기사 8면>

삼성도 올 하반기부터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올 2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수준을 웃돌 것이라는 잠정치를 발표한 삼성전자는 5년간 5000억원을 들여 국내 바이오 기업과 ‘바이오시밀러(단백질 복제약)’를 개발하기로 하는 등 신규사업을 확대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 고위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투자는 해야 한다”며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투자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GS그룹 허창수 회장도 이날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임원 모임에서 "앞으로 투자를 확대하자”고 말했다. GS그룹 홍보실의 여은주 상무는 “경제위기에 도 올 투자계획을 지난해(2조1000억원)보다 10% 늘어난 2조3000억원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당장 경영환경이 어렵더라도 고도화 시설 등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성장 잠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대형TV용 LCD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3조2700억원을 투자해 8세대 LCD 생산라인을 증설키로 했다. 경기도 파주디스플레이 클러스터 P8공장 건물 내에 2010년 하반기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SK그룹은 연구개발(R&D)을 중심으로 지난해보다 18% 정도 늘어난 1조3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STX도 하반기에 조선 등 제조업 분야에 5000억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신영증권의 조용준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9월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얼어붙었던 대기업의 투자가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조짐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많은 기업이 경기 침체가 더 진행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미래를 위한 투자에 다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규·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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