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중재단 왜 철수했나…各論 조율서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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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현대자동차 사태해결을 위해 지난 18일부터 현장에 머물면서 활발한 중재활동을 벌인 국민회의 중재단 (단장 盧武鉉) 이 23일 사실상 중재활동에서 손을 뗐다.

盧부총재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이 시점에서 할 일이 없는 것 같다" 며 "이기호 (李起浩) 노동부장관이 중재를 계속할 것" 이라고 말한 뒤 현장에서 철수했다.

이처럼 국민회의 중재단이 물러난 것은 정리해고 자체는 해결했으나 사후대책 등 이와 맞물린 문제들에 대해 노사양측의 이견을 좁히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중재단은 고소.고발 (43건 2백43명) 과 채권가압류 (70억여원) ,징계철회 등 중재과정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내용을 중재안에 포함시켰고 결국 이 문제로 발목을 잡힌 셈이 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전경련.경총등 재계가 경제논리에 정치논리가 개입되서는 안된다며 공개적으로 중재단의 활동에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 경제5단체는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중재단의 일부 의원이 지나치게 사용자측에만 양보를 강요하고 있다" 고 비난했었고 실제 이후 회사측이 강경입장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노사가 중재단이 치중했던 정리해고 문제에만 의견접근을 보였을 뿐^무급휴직자의 처우문제^고소.고발 등 취하^고용안정기금설치.운영 등에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휴직자에 대한 위로금 지급, 휴직기간, 재취업보장, 고용안정기금 운영, 생산장려금 50만원 지급 등 모두 '돈' 과 사후대책 관련 부분이다.

위로금 지급만 해도 희망퇴직자의 경우 최고 12개월까지 지급됐으나 노조는 이보다 많은 12개월+평균임금의 45일분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정리해고' 보따리를 풀면서 그에 상응하는 '실익' 을 요구한 반면 회사는 '회사사정이 어려운 점' 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회사측이 '결단' 을 내리고 노조에서 관철을 '철회' 하지 않는 이상 중재단이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중재단이 중재를 사실상 포기하고 현대자동차가 정부지원 등을 받아 낼 수 있는 이기호 (李起浩) 노동장관에게 바통을 넘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과적으로 중재단은 총론보다는 세부적인 각론 부분에서 노사의 동상이몽 (同床異夢) 을 간파하지 못해 큰 줄기는 잡아놓고도 막판 결실을 보지못한채 두 손을 들고 만 것이다.

울산 = 황선윤.김상우.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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