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모르고
무지한 돌멩이처럼 채이면 채이는 대
로
잠시 굴러갈 뿐, 굴러가다 멈출 뿐.
이 후반전 인생은
맥도 긴장도 없이,
그러나 얼마나 두려운가.
속살 밑의 속살이 속살 위의 속살이 모
르게
저 혼자 울부짖는.
- 최승자 '이천년대가 시작되기 전에' 중
시가 시인보다 훨씬 안전한 경우가 있다.
그것은 시인의 삶보다 시가 훨씬 위태위태한 긴장의 연속인 것에 맞서 있는 또 하나의 긴장이기도 하다. 최승자 (崔勝子.46) 의 시는 시인의 투지 같은 것을 잘 방어하는 자의식의 산물인가.
때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김수영의 직유가 스며 있다.
때로는 그것을 지나온 자아에 대한 3인칭 담론이 있다.
내일 모레가 아닌 오랜 시간이 그녀를 익혀 가고 있다.
고은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