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로 몰리는 돈 … 이유 있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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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에 다시 돈이 몰리고 있다. 주가가 옆으로 기면서 수익 내기가 어려워진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수단으로 ELS를 택한 것이다.

지난달 ELS 발행 금액은 1조115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바닥(947억원)을 찍은 뒤 7개월 연속 상승세다. 발행 금액이나 건수 모두 금융위기 전 수준을 회복했다.

최근 ELS 시장은 안정성보다는 수익성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뚜렷하다. 지난해 주가 급락으로 ELS시장이 된서리를 맞은 뒤, 한때 절반 아래로 떨어졌던 원금비보장형의 비중은 84%까지 높아졌다. 투자자들이 적어도 지난해처럼 주가가 반 토막 나는 일은 없을 걸로 본다는 뜻이다.

증권사의 판매량 톱 ELS 역시 고수익 상품이 휩쓸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지난달 발행한 ELS 중 가장 잘 팔린 건 130억원이 몰린 ‘2490호’였다. 삼성전자와 우리금융을 기초자산으로 한 이 상품은 연 30%의 수익률을 제시했다. 72억원이 모인 한국투자증권 ELS 755회(기초자산 KT&G·KB금융)나 61억원어치가 발행된 대우증권 ELS 3073회(포스코·한국전력)도 모두 제시 수익률은 연 30%였다. 대우증권 파생상품영업부 이정환 차장은 “주식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으면서 기왕이면 수익률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상품으로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초자산 종목은 다양해졌다. 올 3월까지만 해도 기초자산이 삼성전자·SK텔레콤 같은 초우량 블루칩이 아니면 ELS가 팔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엔 KB금융·우리금융·신한지주 등 금융주가 포함된 ELS가 인기다. 우리투자증권 상품지원부 하철규 차장은 “변동성이 큰 금융주가 들어가야 고수익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예금이자로 만족하지 못하는 거액 자산가를 중심으로는 절대 안정을 추구하는 ELS도 인기다. 한국투자증권이 이달 초 발행한 원금보장형 상품에는 55억원이 몰렸다. 코스피200지수가 기준지수보다 떨어져도 1.5% 수익은 보장하는 상품이었다. 이 회사 DS부 김나이 대리는 “주가의 방향을 잡기 어려워지면서 고객들이 아예 수익률이 높거나, 아니면 100% 안전한 상품을 찾는다”며 “상대적으로 중간 성향 상품은 잘 안 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각 증권사가 경쟁적으로 내놨던 새로운 유형의 ELS는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설정 후 주가가 급락하면 기준가를 다시 설정하거나(한국투자증권), 두 기초자산 중 하나의 주가만으로 원금 손실 여부를 정하는 방식(대우증권)으로 안정성을 높였지만 제시 수익률이 10%대로 높지 않은 탓이다.

주가가 좀처럼 크게 오를 기미가 없다 보니 ELS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LS는 주가가 급락하지 않으면 웬만큼 떨어져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경쟁적으로 고수익 ELS 출시를 늘리고 있다.

한애란 기자

◆주가연계증권(ELS)=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증권. 자산 대부분은 안전한 채권에 투자해 원금을 지키고, 일부를 파생상품에 투자해 고수익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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