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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주차장, 한산한 숙박업소, 줄어든 일자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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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 주말 금강산으로 가는 관문인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 이곳의 주차장이 텅 비어 있었다.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강원도 고성군 지역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일전망대로 가는 국도변 식당가는 손님이 끊겨 한적한 모습이다. [고성=김상선 기자]

인접한 여행안내센터의 문 역시 굳게 닫힌 채 안에는 ‘백두산 진미 들쭉-젤리 캔디’ 상표가 붙은 박스만이 가득 차 있었다. 인근 10여 개의 건물도 셔터가 모두 내려져 있었다.

‘금강산 사건으로 잠시 휴업합니다. 찾아주신 고객님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이곳에서 500여m 위쪽에 있는 ‘금강산 뷔페’ 음식점 현관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현내면에서 30여 년째 건어물 장사를 하고 있다는 ‘일심이네집’의 박완준(68)씨는 “원래 작은 가게였는데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뒤 가게를 크게 늘렸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곧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냉동창고를 보여주며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면서 1억원 가까이 들여 만든 것”이라며 “한 달 전기료만 100만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창고 안에는 관광객에게 팔 오징어와 양미리가 가득 차 있었다.

12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1년이 지났다. 고성군이 밝힌 ‘금강산 관광 중단에 따른 피해조사 결과’에 따르면 관광객 주 이동지역에 위치한 거진읍, 현내면 지역 234개 음식점 중 24%인 55개가 관광 중단 후 휴·폐업했다. 이 일대 음식·숙박업소 등 관광 관련 업체가 판매 감소 등으로 입은 직·간접 피해액은 지난 1년간 300억원(월평균 25억7000만원)에 이른다. 이 일대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310여 명으로 조사됐다. 고성군의 최인선 관광문화체육과장은 “지난해 말 조사한 것이라 지금은 피해 규모가 훨씬 더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전망대로 향하는 7번 국도 끝부분에 있는 ‘끝집 건어물’ 주인 이종복(54)씨는 동네 친구들과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할 일도 없는데 뭐하겠어요.” 그는 “금강산 관광이 한창일 때는 한 달에 500만~600만원 정도 매출을 올렸는데 지금은 100만원도 힘들다”며 “이 도로상의 가게들은 다 죽었다”고 말했다.

대진항에서 금강산 횟집을 운영하는 김경순(50) 사장은 “벌이가 적어 집을 팔고 가게에 들어와 살림을 해야 할 판”이라고 호소했다. 관광 중단 이전에 김 사장은 종업원 6명을 부리며 하루 200만~3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금은 20만원 올리기도 힘들다. 종업원을 절반으로 줄였지만 월급 주기도 힘들다는 호소다.

인근 금강산콘도미니엄의 전희서 본부장은 “관광 중단 전에는 객실 가동률이 평균 50% 수준이었는데 지난 1년간은 30%대”라고 말했다. 육로관광이 시작되면서 직원 15명을 추가로 채용했는데 지난해 자연감소분 6명을 보충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람을 줄였다. 전 본부장은 “아직도 직원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콘도에서 2㎞ 정도 떨어진 현대아산 고성사무소. 이곳의 권기섭 소장은 “유지보수 비용 때문에 KT에서 공중전화를 끊었다”며 “옆에 있던 현금지급기도 지난해 말 은행에서 떼어 갔다”고 말했다.

고성군 음식·숙박업협회 박승근 사무국장은 “영세상인에 대한 자금 지원이 어렵다면 수학여행객과 일반 관광객 유치 지원을 통해 지역 경제를 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군의 최 과장은 “현재 실직자에게 공공근로를 제공하고 지방세를 감면해 주는 것 이외는 대책이 거의 없다”며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성=염태정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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