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권경쟁에 새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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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회창 (李會昌) 명예총재를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 비당권파의 얼굴이 환해졌다.

10일 비당권파를 대표한 박희태 의원이 총무경선에서, 그것도 1차 투표에서 출석의원 (1백37) 과반수를 넘는 78표를 넘어 당선됐기 때문이다.

31일 열릴 전당대회에서 총재자리를 놓고 한판 승부를 해야 할 비당권파로선 여간한 낭보가 아닌 것이다.

이 같은 세 (勢) 확인뿐만 아니다.

이날 사실상의 비당권파 후보단일화가 이뤄졌다.

그동안 총재 출마가능성을 비치던 김윤환 (金潤煥) 전 부총재가 "지도체제를 갖추고 정체성을 회복, 이질적으로 비쳐지는 여러 계층과 세력을 결속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며 李명예총재 추대의사를 밝힌 것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게 분명한데, 하지만 이것으로 모든 게 확실해진 것은 아니다.

새 변수가 돌출했기 때문이다.

바로 집단지도체제론이다.

강한 지도력에 의한 단일지도체제를 강조하고 있는 李명예총재의 비당권파를 견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집단지도체제는 반 (反) 이회창 연대의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집단지도체제는 특히 이기택 총재권한대행체제가 출범하면서 논의에 가속도가 붙은 것. 9일 저녁 있었던 4인 회동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李대행을 비롯, 이한동 (李漢東).김덕룡 (金德龍) 전 부총재.서청원 (徐淸源) 전 총장 등 4인은 시내 한 음식점에서 비밀리에 만나 이를 공론화했다.

상당한 의견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李대행은 "당이 깨지는 것을 막고 단합해나가기 위해서는 지도체제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고 강조했다고 한다.

각 계파의 지분 (持分) 을 인정함으로써 현재와 같은 거야 (巨野) 체제를 유지하자는 데 일단 당권파내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그러나 이날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李명예총재가 단일지도체제 고수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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