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레이더]기력빠진 장세 해외 악재에 과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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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주식시장은 스토리 (재료)에 웃고 스토리에 운다. 별 것 아닌데도 지레 겁먹기도 하고 필요하면 뻥튀기도 서슴치 않는다.

스토리가 없는 날엔 자가발전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대체로 제값을 반영하는데 최근의 움직임도 예외가 아니다.

상당수 상장기업이 사실상 부도난 시점에서 '금리인하' 는 일면 그럴듯한 재료였으나 그렇다고 주가를 단시간에 끌어올리기엔 애초 역부족이었다.

반대로 지난 주 '해외변수' 에 대한 반응은 지나쳤다는 느낌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호우까지 겹쳤다. 4일 다우지수가 2백99포인트 빠졌다 하나 3.4%에 불과하다.

그러나 종합지수는 5일 3.1%, 8일 2.3% 하락해 주간 낙폭은 6.9%에 달한다.

7월20일의 3백65.18과 비교하면 3주만에 13.9% '폭락' 했다. 왜 지나치다고 보는가.

우선 미국 주가가 오를 때는 꿈쩍않다가 빠질 때는 같이 빠져야 할 직접적인 이유는 없다.

미국 주가 하락이 신흥시장에 대한 유동성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주식과 한국 주식은 상호 대체성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특히 전세계적인 공황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해 보인다. '엔 약세는 우리 수출상품의 경쟁력 저하' 도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첫째 일본 수출의 65%만이 달러등 외화표시다.

둘째 엔이 약세로 가면 일본기업은 무조건 수출상품 가격을 낮출 것으로 가정하지만 지금은 시장점유율을 희생해서라도 이익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우리 수출의 감소가 환율 때문인지 아시아시장의 경기침체, 선진국의 수입규제, 경쟁으로 인한 단가하락 때문인지 냉정하게 평가해 보아야 한다.

중국정부는 위안 절하는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물론 어느 날 갑자기 양쯔강 홍수를 핑게대고 식언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이 얻을 이익은 무엇일까. 중국의 수출부진이 엔 약세의 직접적인 결과라기 보다는 아시아경제의 침체가 중국상품에 대한 수요를 위축시켰다는 해석이 더 정확하다.

위안 절하는 중국의 자부심에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결국은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최근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가 홍콩.대만.태국등 아시아 10개국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위안의 절하 가능성을 물었더니 한국이 가장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여하튼 주가는 볼썽사납게 직전 저점 (7월25일) 을 밑돌 뿐만 아니라 지난 주 겨우 75일이동평균선 위로 올라선 25일선마저 하향 반전했다.

거래도 위축되고 있다. 이번 주 '의미있는' 반등을 기대해 보지만 외국인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 가능할까 의문이다.

권성철 증권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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