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호우 경제강타…성장·물가 '휘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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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예기치 못한 집중호우가 비틀거리는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엎친데 덮친 비' 로 성장.물가.국제수지 등 3대 거시지표가 모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야채류 등 농수산물을 중심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고, 쌀.고추 등 비중이 큰 농산물의 작황 부진이 예상된다.

엄청난 재산피해로 소비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번에 특히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이 피해를 많이 보는 바람에 소득감소와 실업대란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주름살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여기에다 일본 엔화 약세.중국 위안 (元) 화 평가절하 등 국제금융시장 동향이 갈수록 불리해지고 있어 국제통화기금 (IMF) 조기극복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 경제성장률 추락 = 이번 집중호우의 재산피해만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한 마이너스 4%에서 마이너스 5~6%로 추락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실업자가 대략 10만~15만명 더 생긴다.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경제가 매우 취약한 상태에서 집중호우가 발생해 예년보다 파급효과가 클 것" 이라며 "지역경제가 타격을 입고, 농업부문 성장이 둔화될 수밖에 없어 성장률의 추가하락이 불가피하다" 고 말했다.

쌀농사는 비도 비지만 벼가 자라는 6~8월초의 일조시간이 3백시간으로 지난해보다 1백25시간이나 적어 올 생산량이 3천3백만섬 정도로 예상된다.

이는 올 목표치 (3천3백94만섬)에 3%정도 못미쳐 큰 문제가 없는 수준이지만 지난해가 워낙 풍작 (3천7백84만섬) 이어서 지난해와 비교하게 되는 성장률에는 적잖은 마이너스 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물가상승 = 그동안 안정세를 찾아가던 물가도 심상치 않다.

채소류 가격은 집중호우 전에 비해 2~3배 폭등했다.

특히 배추.무.상추.오이.파.호박.부추 등이 교통상황마저 좋지못해 품귀현상을 빚고 있고, 농림부는 앞으로도 당분간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쌀은 재고 등을 감안할 때 현재로선 수급에 큰 문제가 없어보이나 최근 쌀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작황 부진까지 예상됨에 따라 심리적으로 미칠 영향은 간과하기 힘들 듯하다.

농림부는 현재 7백50만섬에 이르는 쌀 재고량을 풀어 수급을 맞춘다는 계획이지만 쌀값은 올들어 이미 14%나 오른 상태다.

이밖에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생활필수품 가격과 개인서비스 요금이 오를 전망이다.

그동안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가 9% 상승할 것으로 전망해왔으나 이번 호우로 두자릿수 상승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소비위축 = 그렇지 않아도 소비가 줄어 문제인데, 수재민들의 소비위축으로 내수침체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내수침체는 생산.투자감소로 이어지면서 장기불황을 낳는다.

정부는 피해지역에서 당분간 소비가 30%안팎, 생산은 50%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복구작업에 힘입어 건설투자는 활기를 띨 전망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구조조정으로 금융시스템이 작동 안해 수요진작책을 내놓아도 별 효과가 없다" 며 "수재복구를 위한 투자를 늘려 소비위축을 상쇄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 수출둔화 = 수도권지역의 중소 수출업체들이 많은 피해를 보았다.

산업자원부는 중소기업 수해 피해액을 1백97억원으로 잠정 집계했지만 수출에 차질을 빚는 등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피해액을 합치면 이보다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산자부 관계자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3백30억~3백50억달러로 보고 있지만 수출업체들이 자금난과 집중호우로 어려움을 겪는데다 국제금융시장도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어 낙관할 수 없는 상황" 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중국 양쯔 (揚子) 강 홍수로 공업지역이 피해를 보면서 중국에 원.부자재를 수출하는데 차질을 빚고 있다.

◇ 대책 = 정부는 재해대책 예비비 등 예산을 집중 배정해 복구를 지원할 방침이다.

재경부는 호우 피해농가가 해당지역 자치단체장의 피해확인서를 제출하면 농협.기업.국민.주택은행을 통해 생활안정자금을 대출해줄 방침이다.

산자부는 피해 중소기업에 무담보 일반대출을 실시하고, 생산라인이 훼손된 업체에는 복구를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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