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경찰 50명이 포위하고도 인질범 놓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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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애인과 함께 있던 남성을 흉기로 위협하며 인질극을 벌이던 30대 남성이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달아나 자살했다.

10일 대구 성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35분쯤 K씨(37)가 애인 H씨(38·여)의 집인 대구시 달서구 두류동의 한 3층 빌라에서 인질극을 벌이던 중 뒤 창문을 열고 옆집 지붕·담장으로 뛰어내려 골목에 세워져 있던 가스 배달용 1t 트럭을 몰고 달아났다.

이에 앞서 K씨는 오전 5시35분쯤 이 집에 들렀다가 H씨가 다른 남성 L씨(28)와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하고 흉기로 L씨를 위협해 집 안에 감금한 채 6시간가량 경찰과 대치했다. K씨는 “몰래 빠져나간 애인을 다시 집으로 들여보내라”고 요구했고, 경찰은 협상 전문가를 동원해 대화를 시도하던 중이었다.

경찰은 인질극이 시작되자 형사와 경찰특공대원·112타격대원 등 50여 명을 빌라 주변에 배치했으나 열쇠가 꽂힌 채 세워져 있던 트럭을 타고 달아나는 K씨를 추격하는 데 실패했다. 경찰 관계자는 “K씨가 4∼5m 떨어진, 골목 건너편의 지붕 위에 대각선으로 뛰어내릴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K씨는 오후 2시55분쯤 전북 남원시 이백면 남개리 88고속도로 고서기점 59.2㎞ 지점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차를 버리고 달아났으며 30분 뒤 인근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대구=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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