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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해외여건 심상치않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일본 엔화 약세,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미국의 경기둔화 등 한국 경제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요인들이 나쁜 쪽으로 움직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일의 공동개입 선언으로 주춤했던 엔화 약세는 4일 한때 달러당 1백46엔을 돌파하는 등 다시 하락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위안화는 이미 중국내 암시장에선 20%까지 대폭 평가절하돼 거래되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최대의 수출시장인 미국도 2분기를 정점으로 경기하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엔화는 지난달 30일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내각 출범 이후 급락을 계속, 4일 오전 한때 달러당 1백46.09엔을 기록했다.

미야자와 기이치 (宮澤喜一) 대장상의 외환시장 개입 시사로 결국 달러당 1백44.60엔으로 마감됐지만 3일 도쿄 (東京) 시장에서는 달러당 1백45.63엔까지 떨어져 올들어 두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1백40엔대까지는 그런대로 버틸 수 있지만 1백50엔대로 넘어서면 감당하기 어렵다" 고 우려를 표명했다.

위안화의 경우 최근 부쩍 공식적인 평가절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주룽지 (朱鎔基) 중국총리가 지난주 "올 목표로 설정한 국내총생산 (GDP) 8%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겠으며 보다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취하겠다" 고 밝혔는데, 이것은 위안화 평가절하를 위한 명분쌓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중국 당국의 싱크탱크인 국가개발계획위원회도 3일 "위안화 평가절하가 불가피하다" 는 의견을 공식 제기하고 나섰다.

장기호황을 누려온 미국 경제도 2분기 성장률 (GDP 증가율 기준) 이 1분기의 5.5%에서 1.4%로 떨어졌고 미국인들의 소비수요를 나타내는 가계소득 증가율도 6월들어 하락하는 등 각종 경제지표가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미야자와 대장상은 4일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과 전화회담을 갖고 감세 등 일본의 경기회복책 등을 협의하기 위해 빠른 시일 안에 미국을 방문하기로 합의했다.

두 사람은 또 최근의 엔화 약세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외환시장에서의 긴밀한 협조체제 유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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