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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보호하려다 훼손누명 쓴 참담함”신동환PD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2일 방영된 KBS1 '일요스페셜 - 하남시 춘궁동 5백년 왕도의 미스터리' .다음날인 어제 온통 '장안의 화제' 였다.

하지만 연출자 신동환 (39) PD의 마음고생은 실로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하남시 지역 문화재를 훼손했다는 언론의 비판 때문. 작품은 자칫 사장 (死藏) 될 위기까지 맞았다.

"제가 신중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문화재 훼손 우려가 없는 지역을, 그것도 도로공사로 잘린 곳을 일부 파봤을 뿐인데…. 저를 범죄자로 모는 데는 정말 참담하더군요. "

'하남시…' 는 올초 '백제문화연구회' 소속 향토사학자들이 신PD를 찾아오며 시작됐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연출자로서 구미가 당길 제안을 했다.

일대에 알려지지 않은 유적지가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들은 그 곳이 한성백제의 도읍지라고 생각한다는 것등. 그가 무조건 현장답사에 나선 것은 직업의식의 발로였을 게다.

"실제 훼손되고 있는 유적을 보니 보호대책 마련이 시급하더군요. " 이런 차원에서 프로그램 제작에 착수했다.

그런데 오히려 자신에게 닥친 오명 - 문화재 훼손의 장본인!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하남시…' 편에는 그가 겪었던 우여곡절을 담지 않았다.

백제의 도읍지라 주장하는 근거를 여럿 대면서도 굳이 강변하지 않았고, 반대 목소리까지 고루 담아 차분함이 돋보였다는 평을 들었다.

그런 균형감각 때문이었을까. 방영 뒤에 그가 문화재 지역을 훼손했다는 비난은 다시 나오지 않았다.

대신 성과는 이 지역의 보존가치를 시청자 및 전문가들에게 호소력있게 전달한 것. 이런 결과를 보니 옛말 하나가 떠오른다.

'사필귀정 (事必歸正)' .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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